파생형펀드 잔고 1년새 60% 줄어
금소법·헝다 리스크 역풍에 '휘청'

은행권에서 판매된 공모 파생형 결합상품의 판매 잔액은 지난 8월말 기준 4조3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0조5258억원)과 비교해 58.49% 줄어든 규모다. 금융소비자법 시행, 대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기초자산 하락 리스크 증대 등이 ELS 판매 환경을 악화시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 판매된 공모 파생형 결합상품의 판매 잔액은 지난 8월말 기준 4조3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0조5258억원)과 비교해 58.49% 줄어든 규모다. 금융소비자법 시행, 대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기초자산 하락 리스크 증대 등이 ELS 판매 환경을 악화시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잔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판매가 까다로워진 가운데 대표적 기초지수로 활용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사태까지 가세하며 올해 ELS 시장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판매된 공모 파생형 결합상품의 판매 잔액은 지난 8월말 기준 4조3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0조5258억원)과 비교해 58.49%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12월말 7조4752억원에서 지난 4월말 5조103억원, 6월말 4조4011억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ELS는 만기 때 H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 시점과 비교해 일정 폭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예·적금 이자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의 파생상품이다.

만기는 3년이며, 6개월마다 주가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상환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단 가입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일정 수준(통상 40~60%) 이하로 떨어지면 수익금은 물론, 원금까지 잃을 수 있다.

은행은 ELS를 대부분 신탁(ELT) 형태로 판매하며, ELS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주가연계펀드(ELF)도 취급한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은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고객의 손실과 상관없이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ELS 판매에 열을 올려왔다.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가계 대출 상품은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 있지만, ELS는 증권사가 설계한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중개자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은행에 ‘효자 상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3월 25일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ELS 판매 환경은 급변했다.

보수성향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권에 특정 서류만 받으면 불완전판매에 면죄부를 줬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ELS 판매 시 ‘적금보다 수익이 높다’, ‘조기 상환률이 높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강조하는 등의 무분별한 판매가 줄어들게 됐다.

아울러 투자숙려제도 도입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ELS 판매 시 계약 후 2영업일 이후에 다시 청약 의사를 확인해야 계약이 체결돼 투자자들의 변심으로 인한 청약 취소 가능성도 커졌다.

여기에 ELS 기초자산 중 비중이 높은 H지수가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여파로 장기 조정기를 겪고 있다는 점도 판매 실적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중국 증시 급등에 힘입어 지난 2월 연중 최고점(1만2229포인트)를 기록했던 H지수는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헝다 이슈에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다 지난 9월말 8726포인트로 28.6%까지 하락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가 호조세로 ELS 조기상환이 늘어 판매 여력은 생겼으나, 원금보장 조건이나 수익 지급 조건이 사라지는 ‘녹인(Knock In)’ 구간에 진입하게 되는 상품이 급증하는 분위기에 투자를 주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판매했던 일부 ELS 상품이 홍콩 증시 급락에 따라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서 최근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회복되기 전까지 고객들이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사모펀드 사태와 마진콜 사태, 투자숙려제도에 증시 불황까지 겹치며 ELS 시장은 꾸준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상품 판매량이 줄면 수수료 이익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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