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

최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앞서 전세대출 등 실수요 대출 관련 총량규제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금융당국의 예고가 있어 기대감도 컸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택관련 실수요 대출은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가계의 생활자금 대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정책의 핵심 내용은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심사 강화, 급증하는 대출 분야 관리, 가계부채의 건전성 제고였다.

상환능력 위주의 대출 심사는 비교적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거시건전성 감독 수단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극 활용이 적절해 보인다. 또한, 가계부채 건전성을 제고하는 정책으로 전세 및 신용대출 관련 분할상환을 강화한 것도 비교적 적절했다.

전세대출의 분할상환을 유도한 정책으로 우수 금융기관에 대한 정책 모기지 배정을 우선한 조치도 합리적이다. 또 전세대출 상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DSR 계산 시 대출 만기를 최대 만기에서 평균 만기로 축소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차주 단위 DSR 규제의 조기 적용의 경우 문제가 있다. 차주 단위 DSR 시행 로드맵(2023년까지 3단계 순차적용)을 앞당긴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 신뢰성을 스스로 낮추는 모습이 돼버렸다. 금융기관 및 소비자에게 혼선을 가져오고, 자칫 가수요를 촉진시키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급증하는 대출 관리대책으로서 차주 단위 DSR 산정 시 카드론을 포함한 조치, 카드론 다중채무자 관련 규제 강화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의 핵심을 비껴간 조치였다. 가계부채 증가액의 절대 규모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보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증가세에 비해 규모가 작은 카드론을 규제 강화 대상으로 강조한 대책은 적절하지 않았다.

전세대출이 주택담보대출 부문의 실수요 대출이라면, 카드론은 생활자금대출 부문의 대표적 실수요 대출이다. 최근 카드론 이용자는 대체로 50·60대로 자영업을 영위하는 차주들도 상당수다. 생활자금 또는 사업 자금으로 이용되는 카드론이 실수요 대출로 인식돼 그간 DSR 산정에서 배제됐던 이유가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5개 이상 다중채무자 카드론의 취급을 제한한 조치도 카드업계 현실을 제대로 이해 못 한 탁상행정식의 대책이다. 신용대출 평균 대출 기간이 가장 짧은 것이 카드론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위험 노출(risk exposure) 정도가 낮은 대출이다.

또한 지난 2017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서도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 30%의 추가 적립을 규정하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만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위험관리 현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아쉬운 점은 정책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자료와 기대되는 정책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금융권 DSR 기준을 현행 60%에서 50%로 낮춘 근거, 동 조치의 기대효과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을 마련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고심의 흔적과 노고가 있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금융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정책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부족했다. 또한, 객관적 근거자료와 기대효과의 제시, 가계 생활자금 용도의 대출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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