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부임 후 CEO포럼에 직접 참석
특정업권 행사에 국무총리 출동 이례적
금융위·금감원장 행사까지 연달아 계획

민병두 보험연수원장(좌)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우)
민병두 보험연수원장(좌)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우)

보험연수원이 만든 포럼에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참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개별 산업의 CEO들이 모이는 행사에 국무총리부터 당국 수장까지 총 출동하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달 20일 보험연수원이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에 보험산업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주최한 CEO포럼에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정무위원장을 맡았던 민병두 원장과 김부겸 총리간 친분으로 마련된 자리로 알려졌다. 국무총리가 개별 산업간 간담회를 갖지 않는 건 일종의 관례였다.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 총리와 보험사 CEO들은 사적연금의 확대, 고령화사회 대비 등의 이슈를 토론했다. 그간 보험연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임원급 참석도 보기 어려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직전 보험연수원장으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현 생명보험협회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보험연수원 CEO포럼을 만든 것도 정희수 협회장이 원장으로 재임할 당시다. 당시 CEO포럼에는 정무위원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민 원장이 부임하며 국무총리 및 장관급까지 행사의 위상을 격상시킨 것이다. 일각에선 보험연수원장에 국회의원이 연이어 발탁되면서 일종의 ‘힘자랑’식 행사가 됐다는 보험업권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초 보험연수원은 국무총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으로 이어지는 3차례 CEO포럼을 기획하고, 보험사 CEO들과 일정을 미리 맞췄다. CEO들은 한 달여 기간 동안 국무총리 및 금융당국 수장들과 3번의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동시에 부임, 각 금융업권과 간담회 일정을 잡게 되면서 오히려 보험연수원이 한 발 양보하는 모양새가 됐다. 오늘 열린 고승범 위원장 부임 이후 첫 보험사 CEO와의 간담회가 보험연수원의 CEO포럼 일정이었기 때문.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금감원장과의 CEO포럼에서는 정은보 원장이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감독방향’을 주제로 보험사 CEO들에게 직접 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오는 17일, 18일 각 보험업권별 CEO와 금감원장간 간담회 일정을 잡으면서 생명·손해보험업권간 간담회를 따로 한 번씩 가지는 상황까지 연출하게 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연수원 행사에 CEO들이 직접 참석하기 시작한 건 3선 출신 의원이 원장으로 연달아 부임하면서부터다”라며 “보험사 CEO를 모아 금융당국 수장이 주제 발표를 하는 자리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 원장은 제17대·19대·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의원시절 정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지난 2018년에는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제18대 보험연수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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