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당시 혁신성에 호평…필요성은 ‘글쎄’
1호 워치뱅킹 NH, 5년 만에 서비스 종료
우리도 사실상 방치…기존 유저 “아쉬워”

2015년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웨어러블 뱅킹 서비스 'NH워치뱅킹', '우리워치뱅킹'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은 당시 홍보물.
2015년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웨어러블 뱅킹 서비스 'NH워치뱅킹', '우리워치뱅킹'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은 당시 홍보물.

차세대 디지털 금융 채널로 기대를 모았던 ‘웨어러블 뱅킹’ 시장이 황무지로 변했다. 메마른 서비스 수요에 은행들이 관리·개발을 거듭하지 않고 방치한 탓이다.

그동안 성장을 거듭하던 스마트폰이 고사양 모델을 중심으로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웨어러블을 주목했다. 지난 2012년부터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출시되기 시작했고, 이를 모바일 금융에 활용하는 웨어러블 뱅킹이 함께 부상했다.

웨어러블 뱅킹이란 시계, 안경 등 착용할 수 있는 기기에 핀테크(IT+금융) 기술을 적용해 조회, 결제 등 뱅킹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NH농협은행이 지난 2015년 스마트워치를 기반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NH워치뱅킹’을 내놓으며 웨어러블 뱅킹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웨어러블 뱅킹 예상 수요 자체는 미미했지만, 모바일 뱅킹 부문에서 역량 강화 및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한 선제 전략이었다.

스마트워치에 웨어러블 앱 ‘NH워치뱅킹’을 깔면 간편 비밀번호만으로 본인인증과 계좌 잔액,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추후에는 별도 현금카드 없이 전국 농협은행 및 농·축협 자동화기기에서 1일 30만원 이내 현금 출금이 가능한 ATM 서비스도 추가했다.

같은 해 9월 우리은행도 조회, 현금 출금에 교통카드 충전 서비스까지 탑재한 ‘우리워치뱅킹’을 출시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B국민은행도 웨어러블 뱅킹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은행들은 웨어러블 뱅킹이 스마트폰 뱅킹 이상의 편의성과 보안성을 제공, 영업과 마케팅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난 현재 웨어러블 뱅킹 시장은 황량함만 남은 모습이다.

구글 및 애플 앱 스토어에서 검색되는 웨어러블 앱은 ‘우리워치뱅킹’ 뿐이다. 이마저도 가장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가 지난 2019년 12월로, 이후 출시된 스마트워치는 버전이 높아 서비스 호환이 안 돼 사용할 수 없다.

‘NH워치뱅킹’의 경우 지난해 8월부로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은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위축돼버린 시장 상황에 결국 출시를 포기했다.

금융권에선 웨어러블 뱅킹의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필요성의 부재’를 꼽는다.

기술과 사용성 측면에서 넓은 화면, 터치 입력 등의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 경험을 웨어러블 뱅킹이 만족시키거나 대체하기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특히 스마트워치 중 전용 요금제를 통해 자체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모델보다 이용 요금이 저렴한 스마트폰과 연결(블루투스)해 사용하는 모델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가까이에 스마트폰을 두고 굳이 작은 화면으로 제한된 기능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뱅킹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은행들이 앞다퉈 뛰어들었으나,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웨어러블 기기 자체는 스마트폰의 대체가 아닌 보조, 보완 역할에 한정됐고 스마트폰뱅킹과 차별점을 갖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웨어러블 뱅킹의 신통찮은 실적에 실망한 은행들이 그대로 서비스를 내버려 두는 모습을 두고 일각에선 기존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H워치뱅킹은 출시 후 1년여 동안 7000명이 넘는 유저를 모았고, 우리워치뱅킹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수가 5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갤럭시 기어2(2014년 출시)를 쓸 때만 해도 웨어러블 뱅킹을 애용했는데, 지난해 갤럭시 워치3로 바꾼 이후부터 서비스가 먹통됐다.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워치 버전이 높아 호환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서비스 관리, 개발 종료에 대한 안내도 없이 못쓰게 돼 당황했고, 기존 이용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듯한 조치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