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만료냐’…사태 진압 노력 결정타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 연임 가능성 무게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각사)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각사)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 연말부터 내년 3월 사이 대거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대표이사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리지만 사모펀드 이슈가 변수로 남아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연루된 증권사 중 5곳(KB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의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선 금융권의 이목이 가장 집중된 곳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 휘말린 KB증권이다. 박정림, 김성현 각자대표는 2019년부터 2년의 임기를 수행한 이후 지난해 추가로 부여받은 1년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난다.

이들은 3년간의 임기 수행 기간 동안 각자 맡은 자산관리(WM)부문과 투자금융(IB)부문의 실적을 고르게 향상시켜 우수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433억원으로 취임 전인 2018년 동기간 대비 무려 157.2% 증가했다. KB금융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7% 수준에서 14% 수준까지 올랐다. 3년 만에 KB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를 제치고 KB국민은행에 이은 명실상부한 기여도 상위 자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그러나 두 대표 모두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제재 수위의 최종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자리한다.

특히 박정림 대표의 경우 ‘주의적 경고’ 수준의 제재를 받은 김성현 대표와 달리 취업이 제한될 수 있는 ‘문책 경고’가 내려진 만큼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다만 금감원 제재심 이후에도 지난해 한차례 연임이 결정된 것은 물론 그룹 내 신임이 두텁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연임 가능성이 열린 상태다.

지난해 7월 라임 펀드 환매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40% 수준을 선지급하고 올 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는 등의 피해 구제 노력도 인정될 수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징계 수위에 대한 결론이 해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현실성은 충분하다.

계열사 경영진 인선의 키를 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연임 대신 지주 내 중책을 맡길 수도 있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연임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만큼 이번 임기를 끝으로 교체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대표는 지난달 15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NH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서 “빠른 환수 조치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향후 거취 문제는 주주의 뜻에 따를 것이며 현재 연임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고 확언했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4년 연속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에 따라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다. 정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러나 옵티머스 펀드 피해액 전액 보상을 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징계 수위가 낮춰질 수 있는 만큼 연임에 대한 가능성은 일부 남아 있다.

왼쪽부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각사)
왼쪽부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각사)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와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 수습을 위한 소방수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되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6월 라임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30%를 선지급하는 자발적 보상안을 내놓고 올해는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안도 수용했다.

신한금투는 라임 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의 최대 70%를 선보상하고 금융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대신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익 추정액은 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906억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신한금투의 경우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99.1% 증가한 367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4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논란이 됐던 부실 사모펀드 전체에 대해 투자 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하며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연임에 힘이 실렸다.

정 대표의 통큰 결단으로 지난 6월 열린 제재심에서 사전 통보받은 ‘기관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기관 주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징계 수위를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낮춘 데다 실적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만큼 추가 임기가 부여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투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2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4208억원 대비 186.2%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변수로 자리할 전망이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만큼 수익성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책임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정 기자 crystal@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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