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와이너리 답지 않게 스파클링 영역 차별화시켜
청수 화이트 가격·맛 훌륭해, 레드 프리미엄도 맛 잡아

‘미르아토’는 용과 선물의 순우리말이다. 용산 등 용에 대한 지명이 많아 용을 브랜드로 삼은 것이다. 금용농산의 전인기 대표가 와이너리의 숙성실에서 미르아토와인의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미르아토’는 용과 선물의 순우리말이다. 용산 등 용에 대한 지명이 많아 용을 브랜드로 삼은 것이다. 금용농산의 전인기 대표가 와이너리의 숙성실에서 미르아토와인의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인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 생각해봤다.

캠벨 품종은 과즙이 97%에 달하고 껍질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맛이 가볍다.

그런데 서구의 관점에서 형성된 와인관은 우리 포도로 빚은 와인에서도 드라이한 맛과 신맛을 찾아내려 한다.

그렇게 해서 캠벨로 빚은 자신의 ‘드라이’한 상품을 그는 “달지만 않아요.”라며 최대한의 겸손한 태도로 말은 건넨다.

충북 영동의 늦깎이 와인 양조장 금용농산(미르아토 와인)의 전인기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겸손했다.

최근 2년 사이에 영동 와인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었단다.

캠벨과 산머루, 아로니아 등을 적절히 블렌딩해서 캠벨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법으로 레드와인을 완성도를 높이고, 심지어 드라이한 맛의 와인까지 생산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산도가 없어 자칫 단맛 중심의 평범한 와인이 만들어지기 십상인 샤인 머스캣 품종도 영동와인연구소를 통해 더 나은 와인의 재료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이야기다.

15년 이상 김치공장을 하다 중국과의 합작이 어그러지면서 포도주로 진로를 변경한 전 대표는 그래서 다른 곳보다 뒤늦게 농가형 와이너리를 만든 케이스라고 한다.

부모님이 포도농사를 지은 것은 1998년인데 10여 년을 훌쩍 넘긴 지난 2012년에서야 영동군의 와인아카데미를 노크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늦깎이 양조자의 겸손이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식품산업에 종사한 경력이 그냥 녹슬지만은 않은 듯하다. 전략도 뒤늦게 출발한 와이너리답게 차별화된 지점을 찾아내고 그곳을 집중, 공략하듯 시설을 갖춰나가고 있다.

먼저 출발한 양조장들이 스틸와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같은 영역에서 경쟁을 벌이기보다 스파클링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영역에서 금용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인기 대표에게 금용농산이 생산하는 와인의 특징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스파클링’이라고 즉답한다.

충북 영동에 위치한 금용농산은 여타 와이너리에 비해 늦깍이 양조장이다. 생산자의 겸손 속에 숙성되고 있는 이 양조장의 술은 ‘가성비 맛집’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사진은 금용농산에서 생산하고 있는 와인들 모습.
충북 영동에 위치한 금용농산은 여타 와이너리에 비해 늦깍이 양조장이다. 생산자의 겸손 속에 숙성되고 있는 이 양조장의 술은 ‘가성비 맛집’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사진은 금용농산에서 생산하고 있는 와인들 모습.

젊은 고객들이 즐기는 스파클링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그런 전략을 캔입 기계 및 탄산 작업시설 등으로 연결되었다.

그렇다고 스틸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와인은 캠벨와인이었고 요즘 잘 나가는 청수 품종으로 화이트와인도 만들고 있다.

로제와인은 캠벨과 샤인 머스캣, 그리고 거봉을 블렌딩해서 자신만의 와인을 만든다.

금용농산에서 만드는 와인을 요즘 말로 정리하면 ‘가성비 맛집’이라할 수 있다. 직접 농사 지은 청수 품종으로 와인을 빚은 청수 화이트의 가격은 2만5000원이다.

병의 사이즈가 조금 작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청수 화이트 와인은 가성비가 도드라진다. 캠벨로 빚은 레드와인이나 로제의 가격도 영동의 다른 와이너리와 비교해 저렴하다.

그런데 시음을 위해 내놓는 와인들을 보니 그저 ‘달지만 않다’는 말이 무색하게 적절하게 발런스을 챙기고 있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와인으로 설계된 것이다.

게다가 빚고 있는 와인의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만도 7종류다. 캠벨과 청수, 델러웨어 포도로 빚은 5종과 사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그리고 포도주를 증류한 브랜디를 생산하고 있다.

브랜디는 자신이 직접 만든 400리터짜리 상압 증류기로 증류한 것으로 오크통에서 4년간 숙성시킨 술들이다.

이를 2018년부터 병입해서 판매하고 있단다. 이 밖에도 샤인머스캣과 청수 품종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및 캠벨 프리미엄 리저브 등의 고급주들도 준비하고 있다.

시음했던 와인의 맛을 몇 개 소개하면 이렇다. 직접 가꿔 와인을 만드는 청수 품종의 경우는 산미가 산뜻하게 다가오면서 오크 숙성에서 오는 나무의 향과 묵직함이 따라붙는다.

로제스파클링의 경우는 젊은 소비자들이 빨대를 꽂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청량함이 다가온다.

비매품으로 준비 중인 캠벨프리미엄리저브는 확실히 ‘달지만은 않다’는 전 대표의 말을 넘어선다.

겸손 뒤에 금용와인의 실체가 가능성으로 숨어있다는 느낌을 솔직히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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