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대원·JT 매각 절차
물꼬 될까 머뭇거리는 당국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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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저축은행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인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적격성 심사로 가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 타이거자산운용은 지난 4월 대원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청도 내지 못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기 전 단계에서 금융감독원과 수차례 미팅을 가졌지만, 심사 신청에 대한 확답이 없는 상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위가 진행한다. 신청 이후 60일 안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는데, 신청 이전에 금감원과 사전 미팅을 갖는 것이 관례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JT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VI금융투자도 심사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VI금융투자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뱅커스트릿PE가 인수한 회사다.

지난 3월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길어지자 인수 과정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JT캐피탈을 인수한 뒤 JT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선회, 현재는 키스톤PE와 함께 JT캐피탈 인수를 마무리하고 JT저축은행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사모펀드 운용사에 매각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그간 사모펀드가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단기간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한 전적이 있어, 운용사에 매각을 허용할 경우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시각이다.

일례로 애큐온저축은행은 5년간 3개의 사모펀드를 거치는 등 최상위 지배회사 변경이 잦았다. 지난 2015년 애큐온캐피탈과 저축은행의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는 같은해 8월 애큐온캐피탈을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즈에 매각했다. 이후 2016년에 애큐온저축은행을 애큐온캐피탈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됐고, 2019년엔 애큐온캐피탈이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로 다시 한 번 매각됐다.

지난 7월에는 유진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유진제4호헤라클레스 사모펀드가 저축은행을 KTB투자증권에 매각하기도 했다.

인수를 시도하는 운용사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사모펀드가 아님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게다가 지금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돌입해도 해를 넘기게 되는데, 그 이전 단계부터 당국의 명확한 답변이 없으니 장기적인 계획도 틀어지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의 시선이 부정적이다 보니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당국도 부정적 이슈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물꼬를 터주게 될 경우 그 뒤에 계속해서 인수를 허용하게 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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