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이 지닌 고유의 맛과 향, 색 끌어내는 양조 고집
대중에 초점 맞추고, 블렌딩보다 단일품종으로 빚어

아버지의 와인을 형제가 이어받아 상업화에 나선 마미와이너리는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들어갔다. 사진은 마미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왼쪽부터 ‘눈어치(마미와이너리의 와인 브랜드명)’ 청수, 로제, 레드 순이다.
아버지의 와인을 형제가 이어받아 상업화에 나선 마미와이너리는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들어갔다. 사진은 마미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왼쪽부터 ‘눈어치(마미와이너리의 와인 브랜드명)’ 청수, 로제, 레드 순이다.

양조장 비즈니스는 대체로 가족 경영의 사례가 많다.

막걸리 등의 우리 술도 그렇지만 과일을 발효시킨 국산 와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외의 유수 와이너리들처럼 가족들이 역할을 나눠 양조장을 경영한다.

포도원의 관리는 물론 수확, 그리고 와인 양조 등 전체 공정에 들어가는 노동력이 만만치 않은데다 영업과 마케팅 등 비농업적 요소까지 처리해야 하니 더욱 가족의 손을 빌리는 것이다.

물론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기업형 양조장은 예외지만 말이다.

영동에 있는 마미와이너리(대표 정동규)도 가족 경영의 전형이다. 아버지가 일궈놓은 농장과 와이너리를 형제가 업무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와인 양조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동생 정동규(51) 씨가 맡고, 총괄관리는 정진규(53) 씨가, 그리고 마케팅 등은 정진규 씨의 부인인 김상덕 씨가 맡고 있다.

마미와이너리라는 이름은 ‘엄마’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엄마’를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취한 이름은 아니란다.

아버지 정환식(84) 씨가 영동에서 농장을 시작한 곳이 마미산이라는 지역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에는 사과 과수원과 사슴농장 등을 해왔으나 영동군이 와인을 특화하자 포도원을 만들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2017년의 일이다. 젊은 시절부터 꿔왔던 꿈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한 것이다.

600평 규모의 포도원은 처음에는 캠벨을 심었으나, 2019년 청수로 품종을 바꾼다. 양조용으로 더 경쟁력이 있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버지의 와인을 아들 둘이 이어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영동군에는 현재 농가형 와이너리 면허를 낸 곳이 40여 곳 이상이 된다.

이 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가 실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대략 15곳 이상의 와이너리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내는 상황이다.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양조장으로서 자신들이 이어받아 와인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앞서 시장을 개척하고 각종 대회에서 각종 상을 받으며 이름을 날리고 있는 와이너리들이 영동군에 산재해 있는 상황이니 더욱 그랬을 듯싶다.

후발주자로서 특별한 전략적 포인트가 없다면 쉽제 존재감마저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술 시장이다.

아버지(왼쪽, 정환식)는 젊은 시절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싶어했다. 영동에서 농장을 하면서도 꿈을 잊지 않았던 아버지의 와인을 아들 형제가 있어가고 있는 마미와이너리. 아들(정동규 대표)은 순수한 의미의 국산 와인을 양조철학으로 삼고 와인을 빚고 있다.
아버지(왼쪽, 정환식)는 젊은 시절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싶어했다. 영동에서 농장을 하면서도 꿈을 잊지 않았던 아버지의 와인을 아들 형제가 있어가고 있는 마미와이너리. 아들(정동규 대표)은 순수한 의미의 국산 와인을 양조철학으로 삼고 와인을 빚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와인을 그냥 접을 수는 없어서 지난해 조합(법인)으로 변경하고 대도시 애주가들의 검증을 받기로 하고 올 초에 있었던 ‘서울국제주류박람회’와 최근 열렸던 ‘바앤스피릿’ 행사에 참여한다.

그리고 행사장을 찾는 와인 애호가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마미와이너리를 찾은 날 양조장에는 아버지 정환식 씨와 큰아들 정진규 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합원인 정진규 씨를 통해 마미와이너리와 영동군의 포도주 생산 현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참 침착한 양조장’이라는 단어였다.

영동 와인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자신들을 포지션을 말하는 대목 등이 특히 그러했다.

한마디로 ‘마미와이너리’의 와인을 정의해달라고 부탁하니 돌아온 답은 “가장 순수한 국산와인”이라는 답이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과일로 만들고, 국산 포도가 가진 향과 맛, 그리고 색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정체성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양조를 책임지는 정동규 대표는 여타 양조장에서 와인의 맛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하는 블렌딩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레드와인의 타닌감을 더 주기 위해 캠벨 품종에 산머루나 아로니아를 넣는데, 자신들은 품종이 지닌 고유한 맛을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으니 ‘가장 순수한 국산와인’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마미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눈어치’라는 이름의 레이블을 달고 있다. 눈어치는 농장의 지형이 물고기의 눈에 해당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로제 등 3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레드와인은 캠벨 100%로 만들고 있다.

가벼운 것이 특징인 캠벨이지만 상업적 완성도가 높았다. 타닌의 부족함을 굳이 들추지 않아도 과하지 않은 단맛이 맛을 이끌고 있다.

화이트 와인은 직접 농사를 지은 청수로 빚었는데, 품종의 특징이 잘 어우러져 있다.

오크 숙성 등의 후속 작업을 거치지 않아 복잡한 맛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산미와 감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로제와인은 캠벨로 만들어 색이 좀 더 짙다. 맛은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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