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당시보다 순익 최대 6배 증가
IB 특화는 한계…매각 협상가 관건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 희망 의사를 공식적으로 피력한 가운데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는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적기라 판단,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 매물을 물색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이다. 두 증권사의 경우 대주주가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투자조합으로 금액에 따라 매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유다.

최근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100% 승인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약 1.3%포인트 올라가면서 2조원의 추가 출자 여력을 확보했다. 위험가중자산(RWA) 기준으로는 20조원 이상의 여유가 생겼다.

우선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08년 G&A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경영권이 인수된 후 꾸준히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는 곳이다. 실제 G&A 측이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7년에 각각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종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투자은행(IB) 강화 등의 경영 전략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만큼 인수 당시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G&A PEF 지분의 98.8%을 보유하고 있는 LS네트웍스가 자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원에서 매각을 지속해서 타진해왔다는 점은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앞서 G&A PEF가 SBI코리아홀딩스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72.59%를 사들이며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영권을 인수한 금액은 2181억원이다. 이듬해 유상증자를 거쳐 지분율을 84.58%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 2019년 4월 진행된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아 보유지분율은 61.71%까지 낮아졌다.

2017년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당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몸값은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개별기준 당기순이익은 인수 초기였던 지난 2008년(당시 회계연도 결산법인 3월말 기준) 4분기 211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254억원으로 약 6배가량 증가했다. 올 3분기까지의 순익은 1329억원으로 전년도 총 순익을 뛰어넘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올 3분기 기준 21.6%으로 업계 상위권에 속한다.

SK증권 역시 지난 2018년 대주주 변경을 위한 인수계약 체결 이후 3년이 지난 만큼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시 SK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따라 SK증권 지분 10%를 J&W파트너스에 515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SK증권의 경우 사모펀드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인수 첫 해인 2018년 개별기준 106억원의 순익을 냈던 SK증권은 이듬해 331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1년 만에 3배 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기매매 부진 등의 영향으로 총 순익이 93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의 경우 회복세를 보이며 3분기까지 337억원의 순익을 낸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이 채권 발행 등 IB 부문에 특화된 증권사라는 점에서 은행과 시너지를 내야 하는 우리금융 측에 매력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온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전략 방안에 대한 우리금융 측의 대안도 있는 만큼 인수 협상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리테일과 WM(자산관리) 부문에 강점을 둔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다만 명확한 인수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만큼 가능한 매물을 우선 매입한 뒤 우리종금 등과 합병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인수 가능한 매물을 여러 방면에서 검토하고 실질적인 매입을 위해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권사 인수를 인수합병(M&A) 추진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수정 기자 crystal@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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