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소곡주 지키며, 마을도 양조 마을로 육성
양성화 시킨 지 7년, 주류면허 낸 양조장만 70곳 넘어

1979년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산소곡주의 3대째 나장연 대표가 자신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소곡주 제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의 좌측부터 알코올 도수 18도의 한산소곡주, 불소곡주, 불소곡주 오크버전, 소곡주 도자기버전 등이다. 나 대표는 청와대 선물 등으로 납품하면서 150여개의 도자기 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1979년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산소곡주의 3대째 나장연 대표가 자신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소곡주 제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의 좌측부터 알코올 도수 18도의 한산소곡주, 불소곡주, 불소곡주 오크버전, 소곡주 도자기버전 등이다. 나 대표는 청와대 선물 등으로 납품하면서 150여개의 도자기 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었던 1979년, 충청남도에서는 한산소곡주를 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선정한다. 

서천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인 ‘한산 모시’와 ‘소곡주’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은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불법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도지사나 군수는 한산소곡주의 맛을 그리워하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고 김영신 씨에게 술을 부탁하곤 했단다.  

집에서 남몰래 빚었던 술은 명절이면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서천의 명물로 부상하게 된다. 

결국 1990년 2대째인 우희열 씨가 주류제조면허를 내고 한산소곡주를 생산한다. 하지만 무형문화재로서의 소곡주가 양조면허를 내고 정식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도 허가되지 않은 밀주는 여전히 빚어지고 있었다.

문화가 제대로 꽃피려면 그것이 상품으로 소비돼야 한다. 3대째인 나장연 대표는 이 점을 간파하고 지난 2015년부터 소곡주 양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칫 유통되는 밀주가 잘못돼 ‘한산소곡주’라는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문화는 물론 상품으로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나 대표는 군 예산과 국비 등 5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소곡주 주류면허를 내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표준적인 양조 프로세스와 소곡주의 레시피 등을 정리해 체계적으로 양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교육을 통해 처음 소곡주를 만든 곳은 10여 곳이었다.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70곳으로 늘어 ‘한산면’은 어느덧 박목월 시인의 시 ‘나그네’에 나오는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을 그릴 수 있는 고장이 됐다. 

소곡주를 빚는 생산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술의 수요도 같이 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역의 명물로 자리하기에는 여전히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또 수요가 설과 추석 등의 명절에 집중되는 것도 양조장으로선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대표는 다시 한산면의 소곡주 생산자들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소곡주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직접 찾아와 술을 구매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이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곡주를 모두 모아놓고 1500년 된 백제의 술 ‘한산소곡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소곡주 축제’를 연 것이다. 

나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펜데믹 문제로 축제를 열지 못했지만, 내년 10월에는 축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5년 밀주로 빚어지던 한산소곡주를 양성화시키기 위해 무형문화재 소곡주를 빚는 나장연 대표는 양조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렇게 출발한 서천의 소곡주양조장은 70개에 달한다. 또 소곡주 축제를 진행해 지역의 소곡주를 전국에 알리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태 동안은 못했지만, 내년 10월에는 민간축제로 재개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밀주로 빚어지던 한산소곡주를 양성화시키기 위해 무형문화재 소곡주를 빚는 나장연 대표는 양조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렇게 출발한 서천의 소곡주양조장은 70개에 달한다. 또 소곡주 축제를 진행해 지역의 소곡주를 전국에 알리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태 동안은 못했지만, 내년 10월에는 민간축제로 재개할 예정이다.

우선 관의 도움을 최소화해 민간이 중심이 되는, 그래서 더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처럼 나 대표는 문화상품으로서의 ‘한산소곡주’를 위해 ‘무형문화재’라는 타이틀에 자신을 묶지 않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상생의 길을 열어가는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술의 대외 평판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인 주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안정적인 술맛을 위해 우리 밀로 만든 누룩 이외에 누룩에서 추출한 자신만의 효모를 액체 배양시켜 양조 과정에 투입하고 있다. 

나 대표는 술을 빚으며 체험한 실패의 경험 덕에 계절과 무관하게 항시 일정한 술맛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한산소곡주의 대표주자로서 술맛에서 흐트러짐이 없어야 했기에 무엇보다 안정적 발효관리가 중요했다.

또한 ‘지리적 표시제’를 위해 찹쌀은 물론 우리 밀 등을 모두 서천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농협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나 대표는 문화로서의 ‘한산소곡주’를 유지하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할 새로운 술들을 계획하고 있다. 

상품으로서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나야 한산소곡주라는 무형문화재이자 한 마을이 술을 빚는 독특한 서천만의 문화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의 일환으로 알코올 도수 13%의 라이트한 소주를 만들어 ‘백제소곡주’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으며 오크통 숙성향을 즐기는 애주가들을 위해 5년 동안 숙성시킨 프리미엄 버전의 ‘오크통 숙성 불소곡주’도 선보였다. 

오크 버전의 경우 7년 전부터 오크통을 도입해 숙성, 현재 50여 개의 오크통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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