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곡으로 신맛 낸 ‘도깨비불’ 파인다이닝과 페어링 적절
맥주처럼 단발효 및 부재료 넣은 ‘코리아화이트’ 인기몰이

서울 성수동에 또하나의 양조장에 만들어졌다. ‘188양조장’ 10여 년 전부터 식초 발효를 배우면서 양조장을 꿈꾸다 지난해 주류면허를 취득하고 개성이 강한 자신의 술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사진은 188양조장 정경한 대표.
서울 성수동에 또하나의 양조장에 만들어졌다. ‘188양조장’ 10여 년 전부터 식초 발효를 배우면서 양조장을 꿈꾸다 지난해 주류면허를 취득하고 개성이 강한 자신의 술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사진은 188양조장 정경한 대표.

술에서 신맛을 강조하는 술을 일부러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신맛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조장들은 술을 빚을 때 초기 관리에 엄격하다. 혹시라도 온도가 안 맞아 젖산 발효가 심하게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러한 신맛을 중시하며 막걸리를 빚는 곳이 서울에 등장했다. 성수동에 자리한 ‘188양조장(대표 정경한, 47)’. 지난해 만들어진 신생양조장이다. 하지만 막걸리 양조 이력은 제법 길다.

정 대표가 처음 양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현미식초’ 관련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2012년에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에는 전국에서 식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였고, 강원도 홍천에서 오프모임을 가지며 양조 식초를 공부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IT업(게임)에 종사하고 있었다. 

카페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홍천에 모여 이화곡을 배우고 식초를 만들면서 양조에 한발 한발 다가서게 된다. 

그런데 식초는 절차상 막걸리의 다음 단계다. 먼저 막걸리를 만들어야 식초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동호회 회원들은 사실 막걸리 양조에 밝은 사람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가양주 방식의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막걸리보다 식초에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사실 그들의 관심은 술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이렇게 식초를 통해 발효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정 대표는 전남 강진에서 이화곡을 만드는 안선권 화방누룩 대표와 인연을 맺으면서 막걸리 양조에 한 발 더 다가선다. 

하지만 양조식초의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동호회 활동도 주춤해진다. 그러다가 2~3년 전부터 본격적인 양조를 생각하게 된다. 

가양주 방식의 양조장들도 많이 생겼고, 막걸리를 찾는 젊은 층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결심에 한몫한 듯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188도깨비’라는 이름의 우리 술 전문 보틀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인 시기에 만들어 활성화하는데 어려움이 커져, 원래 시작하고자 한 막걸리 양조장 계획으로 변경하고 같은 장소를 양조장으로 만든다. 

이름도 188양조장으로 바꾼 강 대표는 ‘와인 같은 막걸리’를 첫 작품으로 준비한다. 

우리 술도 와인 같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시작한 술이다.

찹쌀과 이화곡으로 3양주를 만들었다. 이름은 ‘선녀와 해치’. 시험양조의 성격으로 빚어 지금은 생산하지 않지만, 파인다이닝업계에선 인정받은 술이었다고 한다.

이어서 생산에 들어간 술은 현재 188양조장의 시그니처 막걸리인 ‘도깨비불’. 멥쌀과 이화곡으로만 3양을 한 술이다. 

신맛이 입에 감기는 술이다. 청포도와 사과 향이 입에 맴돈다. 마지막에 느껴지는 고소함은 견과류를 입에 조금 물고 있는 느낌이다. 알코올 도수는 8%다.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도수다. 

188양조장의 시그니처 술은 ‘도깨비불’이다. 많은 양조장이 신맛을 감추려고 하지만, 이곳은 오히려 신맛을 강조한 술을 만든다. 그리고 최근에는 맥주 스타일의 막걸리 ‘코리안화이트(가운데)를 출시해 젊은 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188양조장의 시그니처 술은 ‘도깨비불’이다. 많은 양조장이 신맛을 감추려고 하지만, 이곳은 오히려 신맛을 강조한 술을 만든다. 그리고 최근에는 맥주 스타일의 막걸리 ‘코리안화이트(가운데)를 출시해 젊은 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 대표는 이 술은 특별히 안주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안주 없이도 다음 잔을 기대하게 만드는 술맛이라는 뜻이다. 

정 필요하면 단맛 없는 빵을 추천한다. 취재하는 날, 시음주의 안주도 빵이었다. 실제 시음에서도 빵은 매력으로 술의 신맛을 끌어안았다. 

그런데 188양조장을 최근 뜨겁게 달군 술은 따로 있다. ‘코리안 화이트’라는 이름의 낯선 정체의 막걸리다. 

쌀을 이용해 양조한 술이라 막걸리라고 부르지만, 맥주를 만들듯이 먼저 당화시킨 뒤 발효하는 단발효 형태로 만들어 맥주의 느낌도 들고 있다.

이 술은 전남 강진군의 청년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기업인 ABBF와 함께 협업해 탄생한 술이다. 개념은 맥주 스타일 중 하나인 ‘벨지안 화이트’다. 

당화시킨 쌀의 당분에 국내 최초의 효모 전문회사인 바이오크래프트의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면서 고수씨와 오렌지 껍질을 넣었다. 

열대과일 향과 상큼한 신맛이 난다. 양조 과정에 넣은 레몬에서 나온 맛이다. 실제 음용하며 느낀 점은 맥주나 막걸리보다 달지 않은 시드르(사이다)에 가깝다. 

술맛이 이렇다 보니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주문량의 1/10도 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계획은 위탁 양조로 해결하려 했으나, 맥주 업계의 표준과 막걸리 업계의 표준이 달라 재빠르게 대응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전력 질주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임박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대량생산을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현재 강진의 화방누룩측과 다양한 술을 시험양조하면서 막걸리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화곡 이외의 밀누룩도 양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신맛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강 대표의 188양조장에 눈길이 가는 까닭은 자신이 지향하는 술맛을 포기하지 않는 가운데, ‘전통’에 머물지도 않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에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술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양조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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