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유상용 책임연구원

2018년 전도유망한 한 청년이 음주운전으로 어이없게 생명을 잃은 고(故) 윤창호씨 사건은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분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대중 여론을 형성시켰다. 그 결과 2019년 소위 '윤창호법'이 제정돼, 음주운전에 대해 좀 더 강화된 제재 규정이 현재 시행 중이다.

3년이 경과한 지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변화 때문인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무뎌지고 있다. 특히나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상습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그 피해 또한 여타 사고보다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 교통사고는 지난해 1만7247건이 발생해, 2019년 1만5708건 대비 약 10% 증가했다. 또 음주운전 면허취소자 비율도 전체 운전면허 취소자의 46%에 달해 2019년도 ‘윤창호 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최근 3년간 43~46%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마약사범 재범률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윤창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처벌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위험 음주운전자 관리 정책은 주요 교통안전 선진국의 엄격한 관리에 비해 부족하다. 특히 운전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위반횟수에 따라 결격기간(1년~5년) 내 4~16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어, 음주운전 면허 취소자 갱신제도가 해외주요 국가들보다 취약한 편에 속한다.

미국, 유럽 등의 경우 음주운전에 관한 운전자의 안일한 의식을 갱신하는 제도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최소 3개월 이상으로 구성된 음주운전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음주 중독성에 관한 전문의 완치 의견서가 요구되기도 한다.

최근 추가된 해외 선진국 제도 중에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가 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차량에 탑승하게 되면 알콜 성분을 감지해 차량의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장치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의 국내 도입은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 다소 과한 제도라는 의견도 있다. 정말 그럴까. 음주운전은 술의 중독성으로 인한 운전자의 상습성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교통사고 유발 요인과는 엄연히 다르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 국민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목적 하에 상습 음주운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인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상습적인 음주 운전자를 일반 교통법에 근거한 단기적 처벌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정책화 한 것이다.

상습 음주운전 행위는 다른 법규위반과 달리 '중독성'이라는 특성 탓에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음주 운전자에 대한 장치적인 제재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해외 선진국들과 같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의 국내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물론 법 집행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하여 충분한 계도, 홍보와 단계별 시행 등에 대한 효과적 운영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술과 운전은 별개라는 인식의 단계적 변화를 통해 음주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특히 상습적인 음주 운전자에게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도로 위의 무자비한 음주운전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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