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갑작스레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횡령’ 사태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실 경고등이 커진 기업대출에 구멍이 될까 우려돼서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은행권에서 총 3026억원을 빌렸다.

은행별 차입금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1073억원,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씨티은행 80억원, 국민은행 46억원, 농협은행 1억원 등이다.

이중 잔존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은 1086억원, 장기차입금은 194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은행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절반 정도 상환된 상태로, 현재는 최다여신 보유 은행이 아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1위 임플란트 제조 업체인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최근 직원의 거액 횡령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재무 담당 직원 이모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려 반도체 장비 업체 동진쎄미켐 주식 1430억원 어치를 매수했다가 투자 손실을 입었다.

은행들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신용등급 재평가를 실시하고 상환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연체 발생을 우려해 당장 대출 회수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특별 사항이 발생한 만큼 즉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오스템임플란드 편입 펀드에 대한 후속 조치에도 나섰다. 시중은행들이 판매한 공모 펀드 중 20여개가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사태 발생 당일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공지를 통해 대규모 횡령사건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종목을 편입하고 있다며 향후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 거래 재개 시 기준가격 하락의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안내했다.

신한은행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스템임플란트에 편입한 자사가 판매한 펀드 리스트를 공지했다. 고객 문의에 대응하려는 조치이며 고객에게 펀드 추가 가입 금지 안내도 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역시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 판매 중단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은행들의 대출 관리 역량에 의구심 어린 시선이 흘러나온다.

시가총액 2조원 가량의 코스닥 상장사에서 직원이 수개월간 2000억원에 가까운 자본금을 빼돌렸는데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건 은행 재무관리·사내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최근 고정이하여신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대손충당금까지 대폭 줄인 상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는 매출과 수익이 건실하고 담보 물건도 많아 이번 사태로 우려되는 피해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당장 자금을 회수하거나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관련해 “사법당국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실 관계와 법리적 측면이 분석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 당국도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na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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