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형문화재 제2호 송절주장 이성자 씨 명맥 이어
쌉싸름·청량함·감칠맛 나는 술, 서울 중류층이 좋아해

송절주는 싱싱한 소나무의 마디를 삶아서 그 물에 술을 빚어 만든다. 한차례의 덧술을 하는데 보통 한달 정도면 익어서 술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무형문화재 송절주장 이성자 씨(가운데)가 송절주 시연을 하는 모습
송절주는 싱싱한 소나무의 마디를 삶아서 그 물에 술을 빚어 만든다. 한차례의 덧술을 하는데 보통 한달 정도면 익어서 술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무형문화재 송절주장 이성자 씨(가운데)가 송절주 시연을 하는 모습

솔밭을 거닐어 본 사람은 소나무의 향을 기억한다. 특히 소나무 향을 지닌 청량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더욱 소나무의 향과 맛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향기에 대한 기억은 특정한 추억과 연계돼 강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그래서 향기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우리 민족에게 소나무는 그런 존재이다. 

전체 산림면적의 27퍼센트가 소나무다. 네 그루의 나무 중 무조건 한 그루 이상은 소나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전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고 있다. 

나무 관련한 설화도 소나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경북 안동 제비원을 배경으로 한 ‘성주풀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소나무는 조선시대에는 거의 인격체에 해당했다. 

‘사군자’에는 들지 않지만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는 소나무의 모습을 높이 평가해서 대나무와 매화와 함께 ‘세한삼우’라고 부른다. 

충북 보은군에 있는 속리산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 103호)과 서원리에 있는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2호)는 벼슬까지 얻은 소나무이며, 경북 예천군 천향리의 석송령(천연기념물 제294호)은 나무에 이름까지 붙여져 있는 소나무다. 

성은 ‘석’이요 이름이 ‘송령’이다. 게다가 마을 주민들이 이 나무의 명의로 땅을 내주고 토지대장에도 등재했다. 

소나무는 우리말로 ‘솔’이라 부르는데, 솔은 으뜸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나무 숲에 바람이 일면, 우리는 이를‘ 솔바람’이라고 부르고, 솔바람에 담긴 ‘솔향기’에서 우리는 고향을 느끼곤 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DNA에 소나무는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나무다. 

그래서 이런 소나무로 다양한 술을 빚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고조리서를 살펴보면 그 가짓수에 놀랄 정도로 많은 소나무 관련 술들이 있다. 

소나무의 이파리를 넣은 송엽주, 소나무의 새순을 넣은 송순주, 소나무의 꽃인 송화를 넣은 송화주, 그 꽃이 지면 맺히는 솔방울을 넣은 송령주, 해를 넘긴 어린 가지를 꺾어 넣은 송절주, 나무의 속껍질을 넣은 송지주, 뿌리를 넣은 송근주, 뿌리를 잘라서 나온 진액을 넣은 송액주 등 소나무의 무엇 하나 버리지 않고 다 술을 만드는 부재료로 사용했다. 

이들을 주방문으로 등장하는 건수로 확인하면 적으며 2~5개 정도지만, 송순주의 경우는 30개 정도의 제조법이 고조리서에 쓰여 있다. 

우리나라 나무 4그루 중 하나는 소나무라 해야 할 정도로 지천인 나무다. 그래서 소나무를 부재료로 이용한 술도 다양한다. 사진은 서울의 무형문화재 제2호  송절주가 항아리에서 다 익은 모습이다.
우리나라 나무 4그루 중 하나는 소나무라 해야 할 정도로 지천인 나무다. 그래서 소나무를 부재료로 이용한 술도 다양한다. 사진은 서울의 무형문화재 제2호 송절주가 항아리에서 다 익은 모습이다.

특이한 점은 소나무를 부재료로 한 술들은 거의 단양주로 빚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송순주의 경우는 절반 정도는 ‘과하주’로 만드는 주방문들이다. 

따라서 소나무를 소재로 가장 많이 빚는 술이자 과하주로 많이 빚어지는 술이 ‘송순주’라고 보면 된다. 

정약용이 이상향 속에서 마시고 싶어 했던 송엽주도 10여 개의 조리서에 제조법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고려말의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는 ‘송료(松醪)라는 술 이름이 등장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솔 막걸리가 된다. 

이규보는 “한잔의 솔 막걸리를 서로 마주 대하여 마시네”라고 시에 쓰고 있다. 즉 고려 때부터 소나무를 부재료를 넣은 막걸리가 널리 빚어졌다는 이야기다. 

서울에도 소나무를 이용한 술이 하나 있다. ‘송절주’라는 술이다. 싱싱한 소나무의 마디를 삶아서 물을 내서 사용하는 술이다. 

삼해주와 향온주와 함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술인데 조선시대에는 햔양의 중류 계층이 주로 마신 술이라고 한다. 

지난 1989년 9월에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어 현재는 이성자 송절주장이 명맥을 이으며 술을 빚고 있다. 

서울의 송절주는 이양주 방식으로 빚어진다. 밑술을 1주일 정도, 그리고 다시 덧술을 해서 20일을 발효시킨다. 이렇게 대략 한 달 정도 발효 숙성을 시킨 뒤 술로 사용한다. 

특이한 점은 봄에는 진달래를 가을에는 국화, 그리고 겨울에는 귤의 껍질 등을 넣어 향을 더 넣는다. 

송절주는 솔잎의 쌉싸름한 맛을 기본으로 한다. 맑은 청량감과 감칠맛 등이 어우러진 술이다. 

‘송절주’하면 떠오르는 조선의 임금이 한 사람이 있다. 영조 임금이다. 재위 기간 내내 금주령을 발포했을 정도로 술을 싫어했던 임금이다. 

그런데 관절이 안 좋았던 영조는 정작 본인은 ‘송절주’를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신하들의 물음에는 ‘송절차’라고 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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