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KB손보, 신정원 보험계약정보 제공
고객동의 받는다지만…“정보오남용 우려”
고지 위반으로 보험금거절 막는 순기능도

한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정보 모집인 제공동의 화면 캡처.
한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정보 모집인 제공동의 화면 캡처.

2022년 1월 18일 18:0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가입을 위해 과거 보험금 청구 이력을 보험모집인(설계사)과 공유할 수 있을까. 설계사에게 보험계약자의 민감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과거 보험금 청구 이력을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 동의를 거치면 담당 설계사에게 1개월 동안 △진단명 △사고일자 △입원 △통원 △수술내용 등이 공유된다.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병력이나 직업 등을 알려주는 고지의무를 거쳐야 한다. 이후 설계사는 고지내용을 토대로 보험사에 인수심사 요청을 하고, 보험사의 인수심사 과정을 통해 최종 청약여부를 결정한다.

보험금청구 이력은 인수심사 과정에서만 이용되는 게 통상적이다. DB·KB손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보험금청구 이력을 인수심사 이외에 활용하지 않는다. 활용하더라도 인수심사 과정에서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미처 고지하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설계사에 제공한다. 일종의 보완 요구다. 

예를 들어 A보험사가 인수심사 과정에서 보험금청구 이력을 조회한 결과 고관절질환과 추간판탈출증이 발견됐다면 설계사에게 상병에 대한 추적관찰이 가능한 진료기록지, 검사결과기록지 등을 요청하는 식이다.

보험금청구 이력은 보험계약자의 민감 정보다. 보험계약자의 상병 기록을 설계사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알리고 싶지 않은 병명까지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회사 임직원이 아닌 위촉직 설계사에 이러한 정보를 수탁하지 않는 것도 법적인 시비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인수심사 과정에서 심사자가 보험금청구 이력을 보는 외에는 ICIS 정보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설계사와 보험금청구 이력을 공유하는 게 인수심사의 편의성 차원에서 좋을 수도 있지만, ICIS 정보는 직년 5년간의 상병내역을 전부 보여준다. 이걸 전부 공개할 경우 오히려 고지의무 단계에서 설계사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금청구 이력은 금융정보 통합 관리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이하 신정원)에서 비롯된 정보다. 신정원은 보험신용정보통합시스템(ICIS)을 통해 보험계약자의 보험계약정보 전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 중 보험금청구 이력은 인수심사 과정에서만 활용하도록 한정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란 법률(신용정보법)에서는 보험신용정보업무와 관련한 임직원 외에는 정보의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정원 정보의 제3자 조회, 즉 자회사나 위탁직원의 정보 직접조회는 일관되게 금지하는 사항”이라며 “설계사가 민감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오남용시비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러한 고지의무 관련 정보활용이 설계사의 업무에 해당하는 지도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보험금청구 이력을 설계사와 공유하는 손보사들은 고객보호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보다 신속한 인수심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고지 절차에서 놓쳤던 질병 정보를 설계사를 통해 설명해주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 보험금 청구 시 고지이력이 빠졌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고객 동의 후 인수심사 업무 담당자가 시스템을 통해 조회된 내용의 일부를 재가공해서 설계사에게 제공하면, 설계사는 그 내용을 고객에게 안내한다”라며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는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보험업계는 보험개발원 ICPS(현 신정원 ICIS)를 보험금 지급심사 및 조사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손해사정 자회사)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고객의 동의를 전제로 ICPS를 통해 취득한 정보를 보험사 시스템에 적재한 후 자회사에 제공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즉 손해사정 업무가 가능한 자회사에만 ICPS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정한 것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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