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남·경남 등 따뜻한 남쪽에서 성장하는 난대목
전국 보호수 1만3864그루 중 세번째로 많은 1343그루

충남 태안반도의 끝에는 간월도라는 아주 작은 섬이 있다. 이 섬에는 암자 하나만 존재한다. 간월암. 이 암자의 종무소 앞에는 150년을 넘긴 팽나무가 짠기 가득 담은 해풍을 견디며 자라고 있다. 사진은 잎이 다진 늦가을 간월암의 팽나무다.
충남 태안반도의 끝에는 간월도라는 아주 작은 섬이 있다. 이 섬에는 암자 하나만 존재한다. 간월암. 이 암자의 종무소 앞에는 150년을 넘긴 팽나무가 짠기 가득 담은 해풍을 견디며 자라고 있다. 사진은 잎이 다진 늦가을 간월암의 팽나무다.

전국에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약 1만3864그루 정도다. 지난 2020년 말 통계다.

산림청이 규정한 보호수는 생장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노목, 굵고 큰 거목, 매우 드물고 귀한 희귀목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시와 도에서 지정한 보호수는 수령이 500년 이상, 시군은 300년 이상, 읍면은 200년 이상, 마을 나무는 수령 100년 이상의 나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중 가장 많은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당연히도 생장 속도가 빠른 느티나무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어느 나무일까. 이 나무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을 수 있는 소나무다. 

오늘의 나무 이야기는 세 번째 나무다. 이름은 팽나무다.

팽나무.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팽나무가 익숙하지 않은 나무다. 하지만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은 마을이나 포구를 지키고 서 있는 팽나무를 자주 봤을 것이다.

특히 제주도 출신이라면 팽나무를 모를 수가 없다. 전국에 팽나무 보호수는 1343그루가 있다. 대체로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는 전체 보호수 중 66%가 팽나무라고 한다. 그리고 ‘폭낭’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포구에 있는 나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구를 지키고 있는 팽나무는 뱃사람들의 풍어와 안전에 대한 기원이 같이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낸 팽나무는 육지의 나무보다 키가 작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은 제주도 여행을 가서 팽나무를 보지 못한 사람을 가련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큰 나무치고 팽나무가 아닌 나무가 없고, 바닷가에서 만나는 나무들이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서 있는 모습이나 나무 체형을 달리하면서 제주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점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있다.

제주도에 가면 봐야 할 팽나무 하나를 고른다면 아마도 표선에 있는 성읍민속마을 팽나무이지 않을까 싶다. 

팽나무는 따뜻한 남쪽에서 자라는 나무다. 전국의 보호수 나무 중 세 번째로 많은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 바닷가에서도 잘자라서 제주도에서는 포구를 지키는 나무라고 여겨졌으며, 많은 나무들이 당산나무 역할을 한다. 생김새는 느티나무와 유사하다. 사진은 계룡산 입구에 있는 보호수 팽나무다.
팽나무는 따뜻한 남쪽에서 자라는 나무다. 전국의 보호수 나무 중 세 번째로 많은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 바닷가에서도 잘자라서 제주도에서는 포구를 지키는 나무라고 여겨졌으며, 많은 나무들이 당산나무 역할을 한다. 생김새는 느티나무와 유사하다. 사진은 계룡산 입구에 있는 보호수 팽나무다.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같이 서 있는 모습이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주도 다음으로 팽나무가 많은 곳은 전남과 경남이다. 합치면 50% 정도 된다. 그런데 강원도 경기도에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나무의 분포를 보면 팽나무는 확실하게 따뜻한 지방을 좋아하는 것 같다. 

팽나무의 이름은 ‘이삭이 패다’ ‘꽃이 피다’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여름에 팽나무 열매를 대나무에 꽂아 치면 팽나무 열매가 ‘팽’하고 날아간다고 해서 팽나무라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남쪽에선 이 나무의 이삭이 패는 모습을 보고 그해의 풍년 여부를 가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마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팽나무를 바라봤겠는가. 

그런 점에서 다산과 풍년을 빌었을 당산나무의 역할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이삭이 패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더 무게를 두고 싶다. 

나무에 인격을 부여하는 일에 우리 민족만큼 아낌이 없는 민족이 있을까. 소나무에 관직을 주고 땅을 주었듯이 팽나무도 그런 호사를 누리는 나무 중 하나다. 

경상남도 고성에 있는 ‘금목신(金木神)’이라 부르는 팽나무는 400여 평의 땅에서 나오는 곡식으로 매년 동제를 지낸다. 

이 땅의 주인인 팽나무가 재앙을 막아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예천에는 ‘황목근(黃木根)’이라는 수령 600년이 넘은 팽나무가 있다. 노란색 꽃을 피우는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 나무도 땅을 가지고 있고 세금도 내고 있다.

전라남도 무안에 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는 3년에 한 번씩 마을 사람들이 볏짚으로 옷을 해 입힌다고 한다.

얼마나 소중하면 옷을 다 해 입혔겠는가. 경북 영덕에는 마을의 수호신 이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당산나무 팽나무가 있다.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이 나무 옆에는 ‘귀신을 쫓는 남정중을 기린 나무’라는 뜻의 한자가 적힌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마을에 닥친 괴질을 물리친 사연이 이 나무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충남 태안의 조그마한 암자 간월암이 있는 간월도에도 팽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그렇게 크지 않은 팽나무는 바닷가 짠 기운 품은 바람을 맞으며 세월을 견디고 있었다. 

다른 팽나무들처럼 바닷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서 있는 나무로서 자신의 역할을 말없이 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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