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부산의 한 전통시장에서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80대 운전자는 경찰 진술에서 자동차가 급발진을 했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되지 않았다고 차량 결함을 주장했다.

차량 결함과 운전자 오조작 판단은 사고시 브레이크 보조등 등화 유무 사고 영상과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로 확인 가능한데, 일부 언론에서는 차량 결함보다는 고령운전자의 운전 오조작에 무게를 두고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심각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국내 급발진 사고는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매년 30건 이상의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데 2017년 58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반면 보험사에 접수된 급발진 주장 사고는 매년 800여건으로 약 20배나 많이 접수되고 있다.

운전자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사고기록장치(EDR) 추출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대부분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급발진 주장 사고 접수 내용을 보면 전체 사고의 50% 이상이 정차 후 출발 상황과 주차 상황에서 발생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크게 차량 요인과 인적 요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차량 요인은 주로 차량 구조의 설계적 결함이나 가·감속 전자제어 소프트웨어 등의 차량 결함이다. 2010년 도요타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운전석 바닥 매트와 가속 페달에 있었다. 이는 운전석 바닥 매트와 가속 페달이 간섭되면서 가속 페달이 원 위치로 환원되지 않는 현상으로 인해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과 관련된 인적 요소로는 페달 오조작과 기어 변속 오인에 의한 것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오조작하거나 동시에 작동한 경우 운전자가 밟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 페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세게 페달을 밟게 되고 이로 인해 굉음과 함께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급발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자동차의 안전장치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가장 대표적인 급발진 방지 장치가 바로 '시프트락 장치'이다. 기어 변속을 오인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현재 대부분의 제작사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변속하도록 하는 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기어 변속을 할 때 차량이 음성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변속을 하세요”라고 경고도 한다.

다른 장치로는 브레이크 오버 라이드 시스템(BOS, Brake Override System)이 있다. 이 장치는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았거나, 가속 페달이 고착되어 가속을 유지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운전자가 밟고 있으면 가속력을 저하시키는 기능이다. 즉 차량 전자제어시스템에 브레이크와 가속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게 될 때 브레이크 신호에 우선 순위를 주는 시스템이다.

급발진 사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명시적으로 어떤 요인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누구나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당황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고 운전자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므로 여러 차량과의 충돌 및 인명 피해가 동반하는 등 매우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모든 차량에 적용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급발진 방지 관련 장치들은 의무 장착되어야 한다. 내년에는 이러한 급발진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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