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8일 10:5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만 맞으면 저금리로 1000만원씩 빌려준다는데, 누가 신용관리를 신경 쓰겠어요?”

지난 27일 경기도 주최로 열린 ‘청년기본금융 사업 예비설명회’에 참석했던 은행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현재 경기도는 20~30대 경기도민이라면 소득과 자산, 신용을 따지지 않고 1000만원 한도 마이너스통장을 10~20년간 저리로 내주는 ‘청년기본대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사로 있던 시절 공약으로 내놓았던 정책금융상품 중 하나로, 이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은행들은 청년기본대출에 반발심을 표한다. 사업 첫해 1조원, 2026년까지 3조원으로 계획된 재원 조달부터 정부 예산 소진 시 떠안게 될 부실 문제까지 벌써부터 골머리다.

무엇보다 상환능력이 불확실한 자에게 심사 없이 돈을 빌려준다는 건 금융시장 운영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인 데다, 금융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들의 신용관리 필요성 인지를 저해하고 방치하게 만드는 최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대출의 근간인 신용평가 기능을 와해한 정책금융이 부작용을 초래한 전례도 있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감소 피해를 본 저신용(신용점수 744점 이하)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명목으로 선착순 14만명에게 연 1%대 초저금리로 1000만원까지 지급하는 ‘희망대출’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신용 소상공인도 코로나19 타격을 맞은 건 마찬가지. 각종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선 희망대출을 받기 위해 고의로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연체하거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후 청약 철회권을 행사하는 등 일부러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방법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중기부는 뒤늦게 중신용 이상 소상공인을 위한 ‘희망대출플러스’를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자발적 저신용 소상공인을 양산해버린 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됐다.

또 중신용 대출 비중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맞춰 인터넷전문은행이 일반비상금대출은 취급을 중단하고, 중신용비상금대출은 첫 달 이자를 지원해주면서까지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도 여태까지 신용을 잘 관리해 온 금융소비자들을 맥빠지게 만들고 있다.

금융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씬파일러(Thin Filer)’에게 합리적인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것과 아예 문턱을 낮춰버리는 건 전혀 다른 처사다.

뿐만 아니라 금융사들도 중·저신용자들을 마냥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신시장으로 주목하며 신용평가 체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금융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으로 중·저신용 대출 취급액 확대만 강행하는 건 되려 민간 금융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취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신용 중심의 금융시장 질서를 왜곡할 순 없다.

정부는 더이상 포용금융을 볼모로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과 도덕적 해이를 낳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na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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