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온난화로 한라산·지리산·덕유산서 산정으로 밀려나
2013년 멸종위기종 등록 이후도 한라산 1만3천 그루 고사

구상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워, 미국 등지에서 개량되어 명품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고 있다. 꽃은 6월에 피고, 어린 가지는 노란색이지만 자라면서 갈색이 된다. 나무의 껍질은 잿빛이며 고목이 되면 나무의 껍질이 거칠어진다.
구상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워, 미국 등지에서 개량되어 명품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고 있다. 꽃은 6월에 피고, 어린 가지는 노란색이지만 자라면서 갈색이 된다. 나무의 껍질은 잿빛이며 고목이 되면 나무의 껍질이 거칠어진다.

구상(具象)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사물, 특히 예술작품 따위가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춤”으로 나온다. 

이런 의미를 담아서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구상미술이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혹은 실재할 법한 대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미술. 이를 구상미술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무의 세계에도 구상이 존재한다.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수종이다. 

‘온전하게 갖추고 있다’는 뜻의 구상을 이름으로 가진 나무는 크리스마스만 되면 미국에서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고유 수종이라고 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 나무가 학계에 알려진 것은 1920년경. 미국의 식물학자 윌슨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서 학계에 보고되면서 영어 이름은 Korean Fir(한국전나무)로 보고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건너간 이 나무는 수수꽃다리가 라일락이 되어 원예종으로 개발되었듯이 미국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리고 미국에서 명품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 생김새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생긴 일이라고 보면 된다. 

구상나무의 아름다운 수형과 관련한 에피소드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일이라고 하는데, 당시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선물로 구상나무 묘목 한 그루씩 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각국의 방역 정책상 흙이 붙어 있는 나무의 통관이 어려워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이런 기획안이 나왔을까싶다.  

하지만 구상나무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 등에서 자란다. 

그런데 해발 1000m는 되어야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즉 날씨가 서늘해야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덕유산이 북한계선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가 자꾸 더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 나무는 따뜻한 곳에선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다. 

물론 이 나무는 아득한 옛날, 즉 빙하기 시절엔 산 아래에서도 잘 자랐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희귀수종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남쪽의 1,000미터가 넘는 산의 고산부에서 주로 식생하는 나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사진은 일산 호수공원에 있는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희귀수종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남쪽의 1,000미터가 넘는 산의 고산부에서 주로 식생하는 나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사진은 일산 호수공원에 있는 구상나무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지면서, 즉 빙하가 북으로 쫓겨 올라갈 때, 구상나무는 산을 향해서 담박질 치듯이 올라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제는 더 올라가려고 해도 올라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굳이 있다면 하늘나라다.

그러니 남쪽 산에서 자라고 있는 구상나무들이 위기에 내몰려 지난 2013년에는 멸종위기종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특히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한라산에 분포하는 구상나무 1만3000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라산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이나 지리산의 노고단 임걸령을 걷다가 고사목을 만나면 그를 추억해주자. 바로 그 나무들이 구상나무라는 사실을 알아봐 주면서 말이다.

이런 구상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손 나무를 여러 지역에서 식수하고 있다. 특히 산림청에선 인제의 국유림 지역에 구상나무 6000그루를 최근 심었다. 

해발 600m 지역 능선에 빼곡히 심은 것이다. 아마도 이 나무들이 제대로 자라면 눈 내린 겨울 경치를 제대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구상나무의 키는 대략 18~20m 정도다. 나무의 껍질은 잿빛을 띤 흰색, 그리고 고목이 되면 나무의 껍질이 거칠어진다고 한다. 

어린 가지는 노란색이지만 자라면서 갈색이 된다. 꽃은 6월에 피는데 암수한그루다. 짙은 자줏빛이며 자라면서 타원형의 솔방울이 된다. 

한편 구상나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무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구상나무다. 

지난 1999년 4월 한국을 방문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는 안동을 찾아 구상나무를 기념 식수하였다. 

유럽의 선교사나 신부들이 구한말 한국에 선교를 와서 자국으로 한국의 식생과 관련한 자료를 보냈는데 그때 구상나무도 보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무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나무는 구상나무 외에 무엇이 있을까. 의외로 많이 있다. 

잣나무도 그렇고 개비자나무, 비선나무, 노각나무, 버드나무, 산앵두나무, 개나리, 산앵도나무, 매자나무 등 20여 종의 나무가 있다. 나무는 기후와 토양이 맞으면 어디에서나 자랄 수 있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비슷한 기후대에선 비슷하게 자생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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