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으로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오는 2025년에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로 1인당 부양 인구가  가하고 있어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금재정에 대한 경고가 이어져 왔으나, 이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50대 조기 은퇴자도 늘고 있어 고령층의 노후생활에 대한 대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금시스템의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국가에서 3층 구조의 연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민연금과 3대 직역연금(공무원, 군인, 사학)을 포함한 공적연금(1층)을 기반으로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저축(3층) 등 사적연금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중이 지난 2017년 20.5%에서 2021년 9월말 25.9%로 증가하였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올해 43%에서 2028년 4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민연금의 재원 고갈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공적연금 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9% 수준인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연금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해 재정안정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의경우 공적연금의 보험료율은 10~28%로 높게 형성되어 있고 연금개시 연령도 67세 이상으로 높여가는 추세에 있다.

연금개혁은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친 논의 기간과 시행 기간을 고려할 때 선제적으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한 연금재정 추계에 있어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체계적인 추정이 필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기금운용 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연금 개혁만으로는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공적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적연금시장의 성장이 필요하다. 최근 5년 동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시장이 각각 연평균 15%, 4% 성장하면서 2021년 현재 사적연금시장은 670조원에 이르고 있다. 2021년 9월말 현재 국민연금이 919조원임을 고려할 때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기업은 여전히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기준으로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에 이르지만, 중소기업은 27%, 10인 이하 중소기업은 17.9%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시장의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많은 기업 종사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질적인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개정을 통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연금계좌 이동 간소화를 통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TDF(Target Date Fund) 투자비중 확대, 리츠(REITs), 저축은행 예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편입을 허용하는 등 운용상품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지난 2016년 6.8%에서 2020년 10.7%로 증가했다. 또 국세청 자료('21.12)에 따르면 연금계좌의 세액공제 신청자 1인당 평균 적립금이 최초로 300만원을 상회하는 등 소비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는 4월과 7월에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각각 시행될 예정으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이 높아지고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사적연금은 은퇴 후 국민연금 수급 연령까지 최대 10년 정도의 소득 공백 기간을 커버하거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적연금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 가입을 통해 퇴직연금제도의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 종업원의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100% 적립이 보장되는 퇴직연금제도의 안착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2년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를 도입한 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가입률 격차가 크게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둘째,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여 가입률과 적립규모를 증가시켜야 한다. 연령별 또는 소득수준별로 세제혜택을 차등 적용하고, 특히 30~40대 연령층 또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공제한도를 확대해 장기자산 운용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중도 인출이나 해지를 방지하기 위해 5년 또는 10년 이상의 장기 가입자에 대해서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셋째, 근로자 복지차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개인과 1:1 매칭으로 개인연금을 지원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1:1 매칭으로 개인연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제도가 필요하다.

기존 퇴직연금(DB형과 DC형)과는 별도로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를 활용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할 경우 중소기업의 도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

끝으로 연금 자산에 대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에 대한 투자자문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에서 은행의 투자자문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연금자산에 대해서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연금이 장기자산인 만큼 시장변동에 따라 적절한 포트폴리오의 변경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퇴직연금 가입자는 최초 가입 시점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거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운용 행태를 보여 왔다. 이제 연금자산도 적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장기 운용이라는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자문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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