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

2022년 2월 16일 13: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시장 조정이 거칠다. 높은 성장성을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후한 밸류에이션을 부여받는 ‘성장주’는 그 조정 폭이 유독 크다.

성장주의 고난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지수만 놓고 보면 연초부터 조정이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들의 고통은 그 이전부터다. 대장주(Big Tech)를 제외하면 내부적인 주가 조정은 작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성장주의 강세는 마무리 되고 있는 걸까?

성장주 조정의 원인을 연방준비제도(Fed)의 변심에서 찾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작년과 다른 급격한 정책 정상화(조기 금리인상 &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조정의 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동성 팽창(수축) = 주식시장 상승(하락)’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결과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성장주에게 무조건 부정적이거나 유동성 환경의 변화가 추세적인 약세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동성의 많고 적음은 투자 환경에 영향을 주지만 유동성 자체가 직접적인 주식시장 설명 변수는 아닌 탓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정상화 의지를 우려하는 핵심적인 배경은 유동성 환경의 변화가 경기에 영향을 주거나 결과적으로 기업실적의 부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해 이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최근 일련의 정책 변화가 결국 경기와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인가?”라고 말이다.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주식시장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조정의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이번 조정의 성격을 ‘성장기업’ 본연의 숙명에서 파생된 결과라 본다. 성장산업 초기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 받는 성장주는 크게 3단계를 거치면서 옥석이 가려지는데 지금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동성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를 막론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 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항상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진짜 성장 기업을 찾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성장 기업의 3단계란 △신산업 기대감 투영 국면(대규모 투자 속 적자 지속) △매출 성장 속 턴어라운드 국면(투자자금 회수기) △본격 이익 창출 국면으로 요약된다.

1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단계로 기업가치 평가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을 부여받는 기업이 존재하지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익 창출이 어려워지면 주가는 급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지금 미국의 빅테크들도 산업 초기에는 고점대비 50~80% 급락했던 적이 빈번했다. 당시에는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이었기에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이유가 부족했던 탓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익 창출 시작 국면으로 실적에 대한 가시성을 ‘증명’하는 단계로 주가가 한 단계 레벨 되는 경향이 있다. 기대감을 ‘숫자’로 증명해내는 첫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본격적인 이익 창출을 하는 국면으로 오히려 높은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게 되면서 정상적인 가치평가로 돌아오는 시기다. 지금의 애플과 아마존은 3단계 단계, 테슬라는 2번째 단계에 진입하는 중이다.

최근 FAANG의 대표 기업이었던 메타플랫폼(前 페이스북)의 주가 급락을 보는 시각도 여기에 있다.

메타플랫폼의 주가 부진은 빅테크 전반의 위험(버블) 신호라기 보다는 ‘메타버스’ 초기 주가로서의 주가 움직임이라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메타플랫폼의 외형은 빅테크지만 궁극적으로 성장동력은 메타버스에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정의 원인이었던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에 물음표(언제쯤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지)가 달린 탓이다.

이번 조정 국면을 통과하게 되면 ‘성장주’는 예전의 모습과는 다를 듯 하다. ‘기대감’ 보다는 ‘돈 버는 성장주’ 기업 중심으로 시장의 리더십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빅테크 진영에서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성장주의 색채 변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위기 혹은 고통이 지나고 나면 검증된 성장주로 재편되는 것이 반복되는 성장주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풍부한 유동성 속 성장주 강세 & 인플레이션 환경이 조정됐던 1960~1970년대가 꼭 그랬다. 1960년대는 IBM, Leasco, Sperry Rand, Polaroid, Xerox 등 당시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이 전개됐지만, 1969년 경기침체를 겪고 난 이후 성장주의 콘셉트가 달라졌다. ‘경기침체에 강한 주식 = 성장주’로 인식됐다.

경기침체에서도 살아남았으니 시장은 이들 기업에 대한 꾸준한 성장성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Nifty–Fifty 기업들이다.

당장은 성장주의 조정이 고통스럽지만 이후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역설적으로 ‘살아남은 성장주’를 찾는 것이 향후 주도주일 가능성이 크다. 돈 버는 성장주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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