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태우기·쥐불놀이·횃불싸움 등 유독 불놀이가 많아
불은 부정 정화하는 힘 가져, 액운 떨치고 한해 행운 기원

대보름은 새해를 시작하는 밤의 첫날이다. 그래서 음력의 새해는 설날 시작하지만, 밤을 포함한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은 대보름이라고 말한다. 액운을 떨치고 새해 풍년을 기원하면서 달집을 만들어 태우는 명절이기도 하다. 도시에서는 잊혀진 명절이지만, 여전히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는 큰 명절로 챙기는 절기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문경의 희양산마을의 대보름 달집태우기 장면
대보름은 새해를 시작하는 밤의 첫날이다. 그래서 음력의 새해는 설날 시작하지만, 밤을 포함한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은 대보름이라고 말한다. 액운을 떨치고 새해 풍년을 기원하면서 달집을 만들어 태우는 명절이기도 하다. 도시에서는 잊혀진 명절이지만, 여전히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는 큰 명절로 챙기는 절기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문경의 희양산마을의 대보름 달집태우기 장면

대보름이 지났다. 큼직한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날이다. 설날은 새해를 시작하는 아침의 날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보름은 새해를 시작하는 밤의 첫날이란다. 그래서 음력의 세계관에선 실질적인 낮과 밤, 모두가 새롭게 출발하는 대보름을 그 시작으로 여긴다.

그런데 대보름날 행사에는 유독 불놀이가 많다.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심지어 횃불싸움에 억새 태우기까지, 놀이의 수준을 넘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사까지 다양한 이벤트들이 대보름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불과 관련한 행사가 많은 것은 대보름의 만월과 불의 주술적 힘이 서로 의미를 나누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을, 그리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한 것을 태워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이러한 상징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원시 종교에서 물과 불을 정화력과 생산력의 표상으로 여겨온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까닭에 달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던 동아시아에서 유독 대보름날 불을 사용하는 놀이를 즐겨온 것이다.

달집태우기는 달이 떠오르기 전, 즉 이른 저녁부터 치르는 놀이다. 이 놀이에 이어 쥐불놀이와 횃불싸움 등이 진행된다.

먼저 축제의 알림은 마을 청년들의 풍물에서 시작된다. 달집은 나무와 짚단을 이용해 뾰족한 집 모양으로 만든다. 달집에 불을 붙이는 순간은 달이 떠올랐을 때이다.

풍물 소리는 타오르는 불기둥과 함께 어우러지고, 동네 사람들은 하나가 돼 불이 다 타서 꺼질 때까지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 또한 지난 액운을 떨치는 의미에서 헌 옷이나 속옷, 머리카락 등을 던져 태우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이 낮 동안 날렸던 연도 같이 태웠다. 달집태우기의 가장 큰 의미는 사실 농사와 관련이 깊다.

대보름 명절 자체가 한해 농사의 시작을 예고하면서 즐기는 행사이니 당연히 깊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달집태우기는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고루 잘 타면 올 농사가 풍년이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니 달집부터 정성을 들여 잘 타도록 만들게 된다.

이렇게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해를 기원하고, 질병과 근심도 모두 불에 태우면서 새해를 맞는 행사가 바로 달집태우기다.

달집이 다 타면 그때부터 이웃 마을과 횃불싸움에 나서거나 쥐불놀이를 한다. 횃불싸움은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부상 등의 위험 때문에 언제인가부터 세시풍속의 하나로 여길 뿐 실제 놀이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 동안 마을 청년들은 싸리나무와 대나무 볏짚 등으로 홰를 만들어 둔다. 그리고 달집을 태운 후 마을끼리 횃불을 들고 싸움에 나선다.

처음에는 가벼운 욕설로 시작하고, 풍물패 소리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불붙인 홰를 휘두르며 서로 싸운다. 청년들은 청년들끼리, 소년들은 소년들끼리 상대한다. 항복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 지는데, 이를 두고 한해 농사의 풍흉을 가렸다고 한다.

횃불 놀이 마저 끝나면 많이 알고 있는 쥐불놀이가 시작된다. 논두렁 위에서 작은 불덩이를 넣은 깡통을 원을 그리듯 돌리며 불씨를 살리는 놀이다.

‘쥐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새해 첫 쥐의 날에 불을 붙여서라는 설과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쥐를 쫓아내기 위해 붙이는 불이라는 설 두 가지가 있다.

쥐불을 놓으면서 논둑과 밭둑에도 불을 놓아 마른 풀을 태우는데, 이는 그 풀에 숨어 있는 해충의 알들을 없애기 위함이다.

또한 태운 재는 논밭의 거름이 돼준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큰 산불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순간부터 농촌지역에서도 쥐불이나 억새 태우기와 같은 행사는 자제되고 있다.

2022년의 대보름이 지났다. 주변의 이야기를 더 잘 듣기 위해 귀밝이술 한잔 음복하였을 것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물리적인 청력일 수도 있지만,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뜻이 더 컸을 것이다. 그만큼 타자와의 소통을 생각했던 민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잦아지지 않는 코로나 펜데믹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달집을 태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특히 도시에서 달집을 태우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농촌에서도 집합금지 등을 이유로 행사를 치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달집 하나 만들어 올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면서 액운을 날려버렸으리라 생각한다. 올 한해 더 많은 행복이 우리와 함께하길 기원해본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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