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일본보다 빨라, 서울지역도 2월 중순부터 꽃피어
태안 천리포수목원·풍년화 개화, 이달 말이면 목련 천국

땅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려오는 꽃은 복수초라는 이름의 꽃이다. 눈이 덮여 있는 언 땅에서 노란색 꽃을 펴는 복수초의 순 우리말 이름은 얼음새꽃이다. 사진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핀 복수초 사진이다.
땅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려오는 꽃은 복수초라는 이름의 꽃이다. 눈이 덮여 있는 언 땅에서 노란색 꽃을 펴는 복수초의 순 우리말 이름은 얼음새꽃이다. 사진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핀 복수초 사진이다.

겨울은 무채색을 떠올리는 계절이다. 동아시아의 겨울은 유럽과 달리 건조하면서 춥다. 메마른 북풍이 내려앉을 때면 추위는 더욱 매서워지고 도시의 빛깔은 더욱 짙은 무채색으로 무장을 하게 된다.

눈이라도 내려야 겨우 밝은 색깔을 갖게 되는 겨울의 끝이다. 기온은 여전히 영하를 기록하지만, 자연의 절기는 분명 봄으로 한발 들여놓은 듯하다.

남도 끝에서 들려오는 매화의 꽃소식이 그렇고, 눈밭을 깨치고 땅에서 고개를 내밀며 노란색의 커다란 꽃잎을 펼쳐내는 복수초에서도 우리는 봄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차가운 기운을 뚫고 나오는 모습에 반해서였을 것이다.

복수초의 순우리말 꽃 이름은 얼음새꽃이다. 동지가 지나면서부터 이 꽃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맘때가 되면 중부지역에서도 심심치 않게 꽃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눈 덮인 땅에만 봄기운이 서리는 것은 아니다. 나무 중에서도 봄을 알리기 위해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리는 수종이 있다. 매화보다도 먼저 그 모습을 드러내는 풍년화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토착 품종은 아니지만, 1930년 무렵, 서울 홍릉 산림과학원에 가장 먼저 심어진 뒤 여러 곳에 식재된 나무다. 전국에 있는 수목원들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나무라서 특히 이 나무를 많이 심은 듯하다. 그래서 원산지에서는 숲속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에는 여러 종의 동,서양 원산지의 풍년화 나무가 식재돼 있다. 노란색과 붉은색 꽃을 펴는 이 나무들은 2월 중순이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사진은 2월 중순 영하의 날씨에도 꽃을 피우고 있던 천리포수목원의 풍년화 꽃 사진이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있는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에도 여러 종류의 풍년화가 한참 꽃을 피우고 있다.

풍년화는 6~10m까지 자라는 갈잎나무로 일본이 원산지이다. 계곡의 얼음이 녹을 때면 노란색 꽃봉오리가 터지는데, 그것이 산수유보다도 빠르다. 그래서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사여서 영춘화(迎春化)로도 불린다.

원래 영춘화는 개나리의 몫이었다. 그런데 풍년화의 개화 시기가 빠르다 보니 새롭게 풍년화도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 나무가 풍년화라 불리는 까닭은 일본식 한자 표기가 만작(澫作)이기 때문이다. 산수유나무가 꽃을 피울 때가 되면 이 나무는 만개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풍년을 연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풍년화는 왜 이렇게 빨리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일까. 이 나무는 겨울 꽃눈을 9월부터 준비해서 말경이 되면 꽃눈이 꽉 들어차게 된다.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2월쯤에 꽃을 피운다.

꽃은 노란색 종이를 길게 오린 것을 동글하게 오므려 놓았다가 피면서 국수가락처럼 길게 늘어지는 모양으로 꽃을 피운다. 그래서 이 꽃은 봄이 한창이면 진다. 이듬해 겨울을 기약하면서 봄의 전령사 역할을 다하고 사라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나무가 원산지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됐다. 이유는 정원이나 수목원 등을 조성하면서 가장 볕이 좋은 곳을 가려 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2월 중순이면 꽃을 만날 수가 있다.

풍년화의 종류는 네 종류라고 한다. 일본의 풍년화는 노란색 꽃을 피우고 중국의 풍년화는 적갈색 꽃을 피운다. 그 외에는 원예품종으로 개발해 꽃의 색깔이 다양하다.

미국의 풍년화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귀중한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줄기를 삶거나 쪄서 뽑아낸 진액을 근육통이나 상처, 벌레 물린 데 발랐으며, 폐렴과 종양 치료에도 이 진액을 사용했다고 한다.

풍년화의 열매는 10월경에 익는데 달걀 같은 길쭉한 구형이며 짧은 솜털이 나 있다. 그리고 이 씨앗은 먹을 수 있고, 잎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차로 음용이 가능하다.

천리포 해변을 바로 앞에 두고 둔덕 지역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을 해가 질 때 들른다면 서해의 낙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백사장을 감싸듯 포근하게 안고 있는 해안 사이로 먼바다가 열리는 데 그 경치가 절경이다. 해안으로는 붉은색 동백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수목원의 최고의 덕목은 호랑가시나무와 목련 나무다. 설립자인 고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 씨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였던 까닭에 사방에 목련이 심겨 있다. 국제목련학회를 이곳에서 열 정도라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목련의 가짓수를 예측할 수 있을 듯하다.

현재 이 수목원에는 목련류가 600종 정도 된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도 마찬가지다. 완도산을 포함해 외국의 품종까지 약 400여 종이 식재돼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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