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기 시작한 3~4월만 즐기는 봄철 별미음식
통영 등 남쪽 바다에서 불어, 서울로 북상해 올라와

쑥의 계절이다. 3~4월의 어린 쑥은 쑥버무리 등의 음식으로도 해먹지만, 봄철 대표 별미로 손꼽히는 음식은 ‘도다리쑥국’이다. 딱 이 계절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어서 더 그렇다. 쑥에는 치네올이라는 성분이 있어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데, 5월 이후에는 그 맛이 강해져, 국으로 해먹지 않고 떡의 부재료로 사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쑥의 계절이다. 3~4월의 어린 쑥은 쑥버무리 등의 음식으로도 해먹지만, 봄철 대표 별미로 손꼽히는 음식은 ‘도다리쑥국’이다. 딱 이 계절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어서 더 그렇다. 쑥에는 치네올이라는 성분이 있어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데, 5월 이후에는 그 맛이 강해져, 국으로 해먹지 않고 떡의 부재료로 사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화꽃 소식이 들릴 때쯤이면, 봄도 제법 무르익어간다. 

땅에선 쑥의 새순이 올라오고, 바다에서도 메신저를 통해 소식을 알려온다. 언 땅에서 돋아나는 봄 쑥과 산란기가 끝나갈 무렵의 도다리가 만나 만들어진 음식이 있다. ‘도다리쑥국’이다.

그래서인가. ‘2월 가자미 놀던 펄 맛이 도미 맛보다 좋다’는 속담까지 있다. 여기에서 2월은 음력, 즉 3월이다. 

봄기운이 채워지면서 바다도 땅도 모두 봄 내음을 물씬 풍기는 절기가 되면 남녘 포구의 웬만한 음식점들은 모두 하얀 종이에 ‘특미 도다리쑥국’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써 붙인다. 바야흐로 도다리쑥국이 제철을 맞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쑥은 봄을 대표하는 나물이다. 쑥국 한 그릇에 우리는 봄을 담아낸다. 그리고 겨우내 잃었던 입맛까지 되찾아주는 계절의 전령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항복의 글 중에 쑥에 관한 시 한 편이 있다. “묵은 쑥 뿌리가 눈 밑에서 싹트려 할 적엔/향기로운 쑥국 작은 모임에 봄기운 듬뿍 입었네” 이 시는 봄에 먹은 쑥국에서 형제를 그리워하는 이항복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시경》에 실린 시 중에 ‘체화(棣華)가 있는데, 이는 산앵두나무꽃을 뜻하며 상체지화(常棣之華)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봄 쑥국을 형제간의 우애와 화목을 의미하는 꽃의 상징과 연결 지은 것이다. 

이항복의 시에서 쑥은 봄의 상징이었다면 윤성학 시인의 봄도다리쑥국은 대놓고 봄을 그리워하며 도다리쑥국을 찬미한다.

“남녘 바다에서 깨어난 봄이/어떻게 눈을 맞춰/저 바닥치를 봄바다에 춤추게 하는지를” 봄도다리쑥국 한 숟갈만 떠먹어봐도 알겠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런데 입에 익숙한 도다리는 어떤 생선일까. 

흔히 왼쪽에 눈이 있으면 광어(넙치), 오른쪽에 눈이 있으면 도다리. 그래서 ‘좌광우도’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도다리가 사실은 가자미란다. 

우리나라 인근 연안에서 잡히는 26종의 가자미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잡히는게 ‘문치가자미’다. 

이것을 흔히 도다리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동해안에 주로 담아 먹는 ‘가자미식해’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경상도 해안에서 즐기는 ‘가자미미역국’의  핵심재료이기도 하다. 

당연히 도다리쑥국의 주인공도 바로 이 문치가자미다.

봄이 되면 산에서는 매화가 봄을 알려오고, 바다에선 가자미가 봄을 알려온다. 

매화 피는 시절부터 4월까지 뜯는 쑥을 ‘애쑥’이라고 하는데, 가자미와 이 애쑥이 만나 그려내는 음식이 ‘도다리쑥국’이다. 그래서 봄철 두 달 정도 즐길 수 있는 별미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치가자미의 제철은 봄이 아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이 생선의 산란기다. 따라서 금어기여서 잡을 수 없는 생선이다. 

또한 산란하고 나면 크지는 않지만, 지방과 단백질이 제철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여름이 되면 살이 한층 올라 이때 제대로 새코시 회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봄이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도다리쑥국’을 꼽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을 하면 이렇다. 

3월이 되면 금어기가 끝나서 본격적인 먹이활동에 들어간다. 산란기의 끄트머리여서 알배기를 만날 수도 있다. 

게다가 도다리는 제철은 아니지만, 산란 이후에도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엇비슷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제철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물고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애쑥은 이 계절만이 제철이다. 5월이 되면 쑥은 굵어져 거친 맛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3~4월에 만나는 도다리쑥국은 그리웠던 봄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음식이어서 봄철음식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봄철, 통영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이 음식을 만났을 것이다. 

이제는 전국구 음식이 돼 도회지의 실력 있는 식당에서 이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쑥국의 레시피는 윤성학 시인의 싯구와 같다. 

“바다를 떠다 된장을 풀고/바늘에 봄을 달아 낚은 도다리를 끓인다/쑥을 뜯어다 행궈 넣는다” 물론 식당에 따라 된장 대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맑은 쑥국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쑥국 자체가 된장과 잘 어울리기에 된장을 넣은 도다리쑥국을 더 자주 볼 수 있지만, 둘에서 느낄 수 있는 봄맛의 차이는 크지 않다.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 돋고 싶다면, 찾을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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