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원필 책임연구원

최근 자동차 산업 분야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차다. 전 세계 자동차 제작사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지 이미 수십년 가까이 됐고, 전통적인 자동차 제작사들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과 같은 IT기업들까지 가세, 상용화 단계가 눈앞에 이르렀다.

당장 국산차 중에는 올해 4분기 중 제네시스 G90이, 외제차로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각 제작사별 최상위 플래그십 차량 모델부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시판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정부는 자율주행차 육성 및 발전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마련했다. 지난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자율주행차법)을 제정, 시행하면서 안전기준 특례, 유상운송 특례, 화물운송 특례 등 규제 특례가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로 서울, 세종, 충북, 대구, 광주, 제주 6개 지역을 지정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미래자동차 산업발전 전략을 수립해 오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산업 확산, 발전 및 시장선점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제도, 인프라 정비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다양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율주행자 보급 확대 및 육성 측면에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아직까지 부족해 보인다.

이런 판단에는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내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라는 것에도 동의할 수 있을까.

대부분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지금보다 교통사고가 확연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의 전제는 지금과 달리 도로상의 거의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인 시대를 전제한다. 당장 그리고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비자율주행차가 혼재되는 교통환경에서도 그 예상이 유효할까.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수행된 OSCCAR(Future Occupant Safety for Crashes in CARs) 프로젝트와 우리 연구소의 자체 연구결과를 분석해 보면, 총 5개 유형의 사고가 여전히 빈번할 것으로 예측됐다.

OSCCAR가 예측한 미래의 사고발생 결과와 우리 연구소가 분석한 현재의 사고발생 결과 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결국 ‘자율주행차가 나오더라도 당장은 변하는 것이 미미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발생하는 사고가 미래에도 발생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탑승자의 안전성 측면에서는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성 평가는 다양한 사고유형들을 상정한 평가항목으로 구성,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시대에서는 현행 평가방식이 한계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바로 차량 탑승 승객들의 자세 때문이다.

옆이나 뒤를 돌아보거나 누워있는 상태 등 다양한 자세로 탑승할 수 있는 것이 자율차의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때도 탑승자들이 안전할 수 있을까.

다행인 건 지난해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에서 자율주행차의 좌석 배치별 충돌 안전성 등에 대한 안전기준을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계획대로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자율주행차 탑승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병행한 구체적인 후속 대응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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