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포함한 금융투자상품은 투자결과는 물론 자산 가치 변동 및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라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외주식의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 모든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증권사들의 투자상품 홍보 페이지 하단에 따라붙는 문구다. 각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금융투자에는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공통됐다. 언론사에 배포되는 상품 홍보성 보도자료에도 늘 포함될 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다만 증권사는 이 같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적극 강조하지 않는다. 해당 문구 역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당연한 사실도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걸까. 투자자는 금융상품판매업자로부터 금융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들을 권리가 있다는 명시와 상반된 행동이다.

이쯤 되면 ‘찾아가는 서비스’를 앞세웠던 증권사들이 손실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의무는 투자자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찾아 먹을 권리’로 떠넘겼다는 생각뿐이다.

대신 다양한 경품이나 혜택 등을 앞세우며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데만 혈안이 든 모습이다. 특히 최근 증권가에 불어닥친 기업공개(IPO) 청약 열풍은 증권사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은 IPO 열풍의 최전방에 있었다. 샤넬백은 물론 포르쉐까지 경품으로 내놓고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을 독려했다. 타 투자상품을 우선 가입할 경우 공모주 청약 한도에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이벤트도 잇달아 내놨다. 한 증권사의 경우 올 초 여의도역에 이례적으로 대어급 IPO 개별 종목을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을 제작했을 정도였다.

이는 IPO가 증권사의 전반적인 실적 증대를 이끄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8개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는 전년 동기 31.9% 늘어난 5조1901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IPO가 잇따른 데 따른 수수료익 증가의 결과다. 이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54.2% 증가한 9조941억원을 기록했다.

대어급 종목이 상장하며 소위 ‘따상(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일으킨 것은 증권사의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다. 그러나 사상 최대 경쟁률을 잇달아 경신하게 한 뒷배경에는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참여를 홍보한 증권사가 있었다.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의 노력이 IPO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수익이 투자자의 수익성과 100% 맥을 함께할 수는 없다. IPO 공모주식은 상장 초기 가격 변동성이 큰 것은 물론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격을 하회해 투자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수익률이 아닌 단순 거래로 인해 수익을 보는 금융상품 거래 주선자로서 최소한의 의무에 더욱 충실해야 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이전 공모가가 형성된 89개 기업 중 18개사의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됐다. 지난 한 해간 종가 기준 따상을 기록한 기업(15개사)보다 많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상장한 총 19개 기업 중 7개사의 상장 첫날 시초가도 공모가보다 낮았다. 해당 기간 따상을 기록한 곳은 2곳에 불과하다.

금융투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수익성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사모펀드 등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태로 인한 금융 피해자가 상당했다는 점과 비대면 금융 거래 증가로 인한 소통 부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증권사가 건강한 성장을 추구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제정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길 바란다.

대한금융신문 유수정 기자 crystal@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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