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방점
잠재매물 나와도…인수 메리트는 부족

2022년 3월 31일 15:5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 수장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전체 그룹 성장을 꾀하고 있다. 기존 자회사와 시너지를 낼 비은행 금융사 인수에 목말라 있지만, 시장엔 마땅한 매물이 없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하나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인수합병(M&A) 매물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룹 전체 실적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리딩금융그룹의 수성과 탈환을 노리겠다는 전략에서다.

현재 가장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함영주 신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아시아 최고 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면서 비은행 사업 재편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 완전 민영화 원년을 맞은 우리금융도 비은행 M&A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해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줄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오르면서 대형 금융사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총알도 갖췄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당장 M&A에 쓸 수 있는 자금이 6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생명보험사, 증권사 등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공하며 은행-카드-증권-생보-손보로 이어지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신한금융과 KB금융도 주력 자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중·소형 금융사와 글로벌 부문에 대한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탁사와 자산운용사, 핀테크 기반의 플랫폼사 등을 중심으로 매물을 적극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A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이 없어서다.

일단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증권사 M&A 장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고, 하나금융 역시 증권을 은행과 양대 성장엔진으로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중소형 증권사 매물에 눈독 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역대급 투자 열풍에 호황을 맞은 증권업에 나와 있는 매물은 없다. 업계에서는 유안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을 잠재매물로 보고 있긴 하나 거래액과 실적 개선세를 근거로 회사 몸값이 크게 뛴 상황이라 M&A 성사 가능성은 적다. 

자산운용사 시장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현재 대형 운용사는 상장지수펀드(ETF)나 타깃데이트펀드(TDF),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활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반면, 신규 펀드 출시에 제약을 받는 중소형 운용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운용사 덩치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나온 매물들은 인수 메리트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보험사의 경우 오는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이 있는 외국계나 사모펀드 매물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현재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악사손해보험 등이다.

다만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한 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후보 매물들 역시 순자산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인수가에 비해 매력도가 크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연간 실적을 기록했지만,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해묵은 과제는 아직 완벽히 해소하지 못했다”며 “기존 비은행 자회사와 함께 시너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M&A 알짜 매물을 찾기 위한 시도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알(인수금)은 충분한 데, 이를 쏠 데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업권별로 호황이면 호황이라, 불황이면 불황이라 인수할만한 매물이 없다. 거론되는 몇몇 잠재매물이 있긴 하나 이중 이른 시일 내 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