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으로 차별화된 술맛 찾아 나서는 김만중 대표
덧술보다 2~3달 저온 숙성, 프리미엄 막걸리 생산

경복궁 인근 서촌에서 하우스막걸리를 빚다가 지난해 12월 북한산 인근에 양조장(온지술도가)을 차린 김만중 대표가 자신의 술을 저어주고 있다. 온지술도가는 막걸리의 재료는 옛것을 따르되 빚는 방식은 최근의 기술을 이용해 ‘단양주 명가’를 일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복궁 인근 서촌에서 하우스막걸리를 빚다가 지난해 12월 북한산 인근에 양조장(온지술도가)을 차린 김만중 대표가 자신의 술을 저어주고 있다. 온지술도가는 막걸리의 재료는 옛것을 따르되 빚는 방식은 최근의 기술을 이용해 ‘단양주 명가’를 일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술도가 중에 단양주로 술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가양주 방식으로 술을 빚게 되면 술맛 욕심이 나기 때문에 고조리서에 나오듯이 덧술을 해서 술맛은 물론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양주의 달인’이 되겠다고 찹쌀 단양주만 만드는 술도가가 서울에 들어섰다. 

경복궁 인근에서 주막(서촌주막, 하우스 막걸리)을 운영하며 술을 빚다가 술만 빚는 술도가를 내고 본격적인 양조업에 뛰어든 온지술도가(대표 김만중)가 그 주인공이다. 

‘온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줄임말이다. 옛것을 따르면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술도가의 이름으로 정했다. 

그렇다면 어떤 옛것을 따르면서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했던 것일까. 김만중 대표에게 자신이 술에서 찾는 ‘온고지신’의 대상을 질문했다. 

“따르고 싶은 옛것은 재료입니다.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 빚는 우리 술의 전형은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빚는 방식은 오늘에 맞춰 새롭게 접근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술을 빚는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예부터 전해오는 방법으로 술을 빚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술 빚는 방법에 물음표를 찍었다고 한다. 술을 공부할 때도 그렇고 ‘서촌주막’에서 술을 빚을 때도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게다가 술을 직접 빚으면서 얻은 경험칙은 자기 생각에 충분한 근거가 됐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술을 빚을 때 옛 방식에서 크게 두 가지는 지키지 않고 있다. 

첫째는 치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은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물을 넣고 치대는 작업을 끝낸 뒤 발효용기에 넣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술이 빨리 익으니, 오랫동안 따라왔던 방법이다. 이유는 치댈수록 쌀의 전분질이 더 빨리 당화되기 때문에 효모가 서둘러 알코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조리서에서 이 방법을 추천한 이유는 빨리 알코올이 만들어져야 산패를 막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지금은 저온에서 술덧을 관리할 수 있으므로 술이 잘못될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서 치대는 작업을 생략하고 저어주는 정도로 술을 빚는다.

온지술도가에선 ‘서촌막걸리 12도(사진 왼쪽)’와 ‘15도(중앙)’ 2종류의 술을 빚고 있다. 이밖에도 누룩으로 차별화한 막걸리를 3종 정도 준비하고 있으며, 솔잎과 솔방울 등을 이용한 솔막걸리도 계획하고 있다.
온지술도가에선 ‘서촌막걸리 12도(사진 왼쪽)’와 ‘15도(중앙)’ 2종류의 술을 빚고 있다. 이밖에도 누룩으로 차별화한 막걸리를 3종 정도 준비하고 있으며, 솔잎과 솔방울 등을 이용한 솔막걸리도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는 발효 온도다. 

보통 술이 잘 되는 온도를 영상 25도 정도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온도가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생산하는 대사활동이 활발한 온도이지 술이 맛있게 익는 온도는 아니라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그래서 온지술도가의 술들은 보통 10~12도 정도에서 익어간다. 여름처럼 온도가 높아지는 계절에도 20도가 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저온에서 발효 숙성되면, 굳이 덧술을 하지 않아도 맛있는 술이 만들어진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온지술도가의 술들은 발효와 숙성에 2~3달 정도 걸린다. 단양주로 이렇게 긴 시간을 투자하는 곳은 없다. 

25도 정도의 온도면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술이 다 익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덧술을 통해 술을 고급화하는 대신 저온 발효 및 숙성 시간을 통해 고급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왔던 술들이 서촌주막의 술이다.
 
김 대표의 술은 산미가 뼈대를 구성한다. 

여기에 단맛이 따라가면서 술맛의 균형을 추구한다. 서촌주막 시절부터 유지해온 그만의 술맛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온지술도가의 술도 같은 원칙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는 ‘서촌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알코올도수 12도와 15도의 술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그는 자신이 띄운 누룩과 이화곡, 그리고 금정산성누룩 등을 이용해 각각 차별화된 맛을 지닌 술을 실험하고 있다. 

누룩이 결국 술맛을 결정하는 일종의 ‘테루아’라고 그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누룩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산미를 최대한 살린 술을 김 대표는 만들고 싶어 한다. 

여름쯤이면 온지술도가의 신제품들이 시장에 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 처음은 알코올 도수 7도의 막걸리, 그리고 금정산성 누룩을 이용한 막걸리와 솔잎과 솔방울을 이용한 솔잎주 등을 신상품으로 염두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 작은 규모의 양조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각자 자신의 개성을 살린 술들을 생산하는 양조장들이다. 온지술도가도 그런 술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양조장이 자리한 불광동에서 가까운 ‘북한산’ 혹은 ‘북한산성’을 술 이름으로 생각할 정도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양조장으로 키울 생각이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