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와인 풍미의 세종·정통 영국식 맥주 생산
강탄 없이 부레로 청징한 ‘캐스크 에일’도 만들어

영국과 벨기에에서 맥주양조를 배운 조현두 대표가 지난해 서울 구의동에 아쉬트리라는 이름의 맥주양조장을 차렸다. 사진은 조 대표가 만든 ‘세종’ 스타일의 맥주와 ‘페일에일’ 류의 맥주들이다.
영국과 벨기에에서 맥주양조를 배운 조현두 대표가 지난해 서울 구의동에 아쉬트리라는 이름의 맥주양조장을 차렸다. 사진은 조 대표가 만든 ‘세종’ 스타일의 맥주와 ‘페일에일’ 류의 맥주들이다.

3년 전 굿맨브루어리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양조사 ‘조현두’가 자신의 양조장을 만들어 수제맥주 업계에 되돌아왔다. 지난해 5월의 일이다. 

양조장의 이름은 ‘아쉬트리(대표 조현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수인 물푸레나무를 뜻하는 이름이다. 

영국과 벨기에 등지에서 맥주 양조를 배운 만큼 내세우는 색깔도 분명하다. 

굿맨브루어리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모던 브리티시’ 스타일을 유지하되 자신의 개성을 좀 더 살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클래식한 영국식 리얼에일과 상상력을 담는데 제한이 없는 세종(saison) 등 그는 요리하듯이 자신의 개성과 창의력을 맥주에 담아내고자 한다.

어쩌면 조현두 대표는 자신이 양조한 맥주에서 ‘온고지신’을 완성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리얼에일은 역사 속에 담겨 있는 영국 전통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한편 세종 스타일에서 자신만의 상상력과 노하우를 집약시켜 현재의 맥주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리얼에일은 영국의 전통 방식으로 양조 및 유통되는 캐스크 에일을 뜻한다. 

여과나 살균을 하지 않고 대신 물고기 부레를 넣어 맥주를 맑게 만들고, 질소나 탄산가스를 주입하지 않고 캐스크에서 직접 맥주를 따라 유통되는 맥주를 말한다.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 캐스크 에일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맥주 양조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직 조현두 대표만 이 맥주를 만들고 있다. 

캐스크 에일은 탄산이 적은데다 미지근한 온도에서 잔에 따라져 서빙된다. 따라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밍밍한’ 맛에 호불호가 갈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그는 도전하고 있다. 이유는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맥주”이기 때문이다. 

이 맥주는 별도의 제조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아쉬트리에서 만들었던 18종가량의 맥주가 모두 캐스크 에일이 될 수 있다고 조 대표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양조 중간에 캐스크에 담을 맥주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 거주 영국인들이 모두 이곳을 찾을 만큼 맛도 확인받았다고 한다. 

특히 아쉬트리에선 같은 스타일의 맥주를 캐스크 에일로도 맛볼 수 있다. 지금은 비터 스타일의 맥주가 두 종류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제조방식만 영국 전통의 방법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포터와 비터, 스타우트 등의 맥주는 영국의 오래된 맥주 양조장의 제조법을 따르면서 옛 맛을 재현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페일에일인 ‘빅토리안 디너에일’, 1877년 당시 영국 최대의 양조장이었던 윗브레드의 제조법을 따라서 만든 ‘더블 스타우트 1877’, 그리고 1895년의 비터 레시피를 따른 ‘라이트비터 1895’ 등이 그런 술이다.  

조현두 대표는 자연의 풍미를 맥주에 담아내기 위해 기존 폐쇄형 발효조 외에 뚜껑을 열 수 있는 개방형 발효조를 사용한다. 사진은 조 대표가 발효과정 등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조현두 대표는 자연의 풍미를 맥주에 담아내기 위해 기존 폐쇄형 발효조 외에 뚜껑을 열 수 있는 개방형 발효조를 사용한다. 사진은 조 대표가 발효과정 등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클래식한 맥주를 만드는 한편 자신의 상상력은 세종 등의 숙성 맥주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제철 과일과 각종 허브 등으로 맛을 내면서 사철 다양한 종류의 세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게다가 세종 특유의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발효통도 기존의 완전 폐쇄형 발효조가 아닌 오픈 발효조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면 공기 중의 야생효모들이 영향을 줘서 과일의 풍미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등 술의 캐릭터가 더욱 분명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양조장에선 야생효모 등의 개입으로 술맛이 바뀌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 

영국과 벨기에에서의 양조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아쉬트리만의 세종이라고 보면 될 듯싶다. 

현재 아쉬트리에선 딸기와 체리, 각종 베리류의 과일을 각각 넣어 만든 세종 스타일의 맥주가 숙성 중이다. 

최소 두어 달 정도 숙성되면 꺼낼 이 맥주들은 조현두 대표의 양조철학을 대표하는 술이 될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아쉬트리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종류의 맥주를 많이 양조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시는 순간 ‘아쉬트리’의 맥주 캐릭터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 술을 마시는 순간 “맥주가 이럴 수가 있구나” 혹은 “아, 이런 맥주도 있었어”라는 평가를 듣겠다는 것이 조 대표의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그가 생각하는 크래프트 맥주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맛의 여운이 길게 느껴지는 맥주를 크래프트맥주라고 정의한다. 

대기업 맥주들은 모두 맛이 길지 않고 짧게 끊어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트리는 우리 수제맥주 양조사에 한 획을 긋는 양조를 지난해부터 한발 한발 내딛고 있었던 것 같다. 

신화 속 세계수인 ‘아쉬트리’를 양조장의 이름으로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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