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준 농협생명 상품개발부 상품1팀 팀장 인터뷰

농협생명의 '스마트페이NH종신보험'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은퇴기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독특한 보험료 납입구조가 고연령층 소비자의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 보험업계의 특허권인 배타적사용권도 획득했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사 입장에서 신상품 개발 능력의 척도가 될 만큼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난 7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농협생명 본사를 방문, 스마트페이NH종신보험 상품 개발을 주도한 한형준 농협생명 상품개발부 상품1팀 팀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형준 팀장은 "당연한 일을 남보다 먼저 생각하는 게 발상의 전환"이라며 “마찬가지로 새로운 납입 방식의 발견 역시 하나의 역발상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페이 납입방식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간단하다. 납입 전반기에는 좀 더 높은 보험료를 납입하고 후반기에는 매우 작은 보험료를 납입해 은퇴기의 보험료 부담을 없애는 구조다.

한 팀장은 "보험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든든한 우산이 될 수 있도록 시대적 상황을 고민했던 생각의 흐름이 새로운 납입 구조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보험이 필요한 이들은 최소 한번쯤은 아파봤던 사람들, 병을 가지고 있거나 질병을 극복해 냈던 사람들, 그래서 보험금까지 수령해 봤던 사람들일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농협생명 상품팀이 주력한 타깃은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상품은 갱신형 특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노년기에 접어들 경우 커지는 갱신보험료가 보험계약 유지를 힘들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50대 이상 장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종신보험 가입 수요가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 팀장은 "인구가 점차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보험가입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본다면 보험료가 납입기간 동안 균일한 것이 아니라 소득이 없는 은퇴기를 대비해 보험료가 급격히 감소하는 형태의 보험상품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렇게 상품을 기획했지만 출시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기존에 없는 납입방식이기 때문이다.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소요된 시간은 11개월이다. 내부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상품안을 확정하고도 보험개발원 검증, 금융감독원 신고수리에 쓰인 기간만 4개월 이상 걸렸다.

한 팀장은 "처음 상품을 개발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보험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여러 제 규정들이 모두 평준식 보험료 산출체계를 토대로 기술되어 있어 여러 제규정의 해석에 대한 검토가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보험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인 신계약비 상각제도를 예로 들었다. 보험업법이나 보험업감독규정에는 신계약비를 상각할 경우 7년동안 매년 동일한 금액을 상각하게 기술돼 있다. 그러나 매년 동일한 보험료를 납입하는 평준식 보험료 납입체계를 기반으로 기술돼 스마트페이 구조와 맞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팀장은 "이러한 규정들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였다"며 "우리는 금융감독원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계약자, 즉 소비자들에게 전혀 불이익한 부분이 없으며 오히려 계약자 편익 증대가 확실히 발생하는 측면을 설명했다"며 "그 결과 감독원에서도 해당 상품을 인정해 줬고 스마트페이종신보험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페이 납입구조를 종신보험에 탑재해 시장에 내놓자 반응은 뜨거웠다. 연간 목표의 약 36%를 한달반 만에 이 상품으로 채웠다. 농협생명 보장성보험 실적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정도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