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 합정동에 새 양조장 마련
생산·시음 및 체험 가능한 공간, 접근성까지 확보

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는 기존 연희동 양조장에서는 막걸리를 빚고 새로운 합정동 사옥에서는 약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연내에 순곡주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같이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제품들이다.
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는 기존 연희동 양조장에서는 막걸리를 빚고 새로운 합정동 사옥에서는 약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연내에 순곡주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같이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제품들이다.

손으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 중에 5층짜리 자가 소유 건물에 차려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것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 말이다.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갖춰져 있는 곳이다. 쌀을 이고 지고 날라야 하는 양조사의 입장에서 수직 공간에서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엘리베이터는 그 자체가 ‘꿈의 양조장’을 의미한다. 

서울 연희동에 양조장을 차린 지 햇수로 3년 된 ‘같이양조장’의 최우택(39) 대표가 최근 합정동에 또 하나의 양조장을 열었다. 

혼자서 자신의 막걸리 브랜드 6종과 협업으로 만드는 2~3종의 막걸리를 빚어왔던 연희동 양조장보다 10배 가까이 큰 공간이다. 

게다가 공개 채용 과정을 거쳐 5명의 직원도 최근 선발했다. 이 자체가 올 초 업계 관계자를 가장 놀라게 한 뉴스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우택 대표는 기존의 연희동 양조장을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새로 낸 합정동 양조장과 듀얼체제로 운영하면서 각 양조장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연희동은 현재처럼 ‘연희민트’ ‘연희매화’ 등 6종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합정동은 새로운 가향 약주 6종을 빚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생산시설은 연희동에서 만들던 막걸리를 빚을 예정이라고 한다. 

가양주 방식의 크래프트 양조장이 이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규모 있게 양조장을 오픈한 것은 같이양조장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궁금한 것도 많았다. 우선 조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자가 소유의 빌딩에 양조장을 차린 까닭부터 물었다. 

“막걸리의 저변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면, 그리고 고급막걸리를 더 많이 공급하려고 한다면, 서울에 양조장이 있어야 한다”고 답한 최 대표는 “그 공간에서는 시음 및 체험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거리와도 연결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가 건물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투자비용의 상당수는 은행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 합정동에 5층 자가 건물을 마련해 양조장 시설을 증설한 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는서울에도 체험이 가능한 ‘찾아가는 양조장’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 전경.
서울 합정동에 5층 자가 건물을 마련해 양조장 시설을 증설한 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는서울에도 체험이 가능한 ‘찾아가는 양조장’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 전경.

그렇다면 가향 약주는 어떤 것을 기획하고 있는 것일까. 고조리서에 나온 전통 가향주는 아닐 것이 분명했다. 

연희동에서 만든 6종의 막걸리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법뿐만이 아니라 판매 타깃도 다르다고 한다. 

색깔과 재료를 연결 지어 양조장의 브랜드를 형성했던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재료는 완전히 다르다. 

아직 6종을 다 셋팅하진 않았지만, 노란색의 망고, 갈색의 커피, 녹색의 홉처럼 색과 향이 분명한 재료를 사용할 예정이란다. 

타깃도 전통주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자카야와 티룸 등 전혀 새로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산 유자 리큐르가 이자카야에서 팔리는 것을 보면 자신이 설계한 망고 복숭아 등의 부재료를 넣은 술들도 가능성이 크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이와 함께 순곡주도 연내에 생산할 계획이란다. 이미 몇몇 양조장에서 고가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막걸리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명목과 그 가치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최 대표의 진단이다. 

그래서 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순곡주 시장을 풀어나갈 생각이란다. 우선 그가 만들 프리미엄 순곡주의 가격은 10만 원이다. 

그리고 이 술의 판매에서 얻는 이익은 사회적 약자에 관한 복지프로그램과 연결할 방침이다. 

즉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된다면 고가의 막걸리를 소비하는 고객들도 이해하며 접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그의 계획을 누군가는 너무 무모하고 이상적이라고 말하지만, 30대가 아니면 이런 도전을 언제 할 수 있겠느냐고 외려 최 대표는 반문한다. 

자신은 이 양조장에서 가장 좋은 ‘베스트 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일한 ‘온니 원’의 우리 술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세상에 없는 술,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술을 만들어야 시장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뽑은 5명의 직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내세우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빚은 술을 합정동 양조장에서 검증을 통과하고 대량 유통하게 되면 50%를 인센티브로 준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특산주를 전문으로 하는 양조장 설립 계획은 물론 주식시장 상장까지 우리 술 막걸리를 통해 최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시설과 규모를 갖춘 크래프트 막걸리 양조장으로서 서울을 대표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이 된다면 젊은 고객층은 물론 외국인까지 더 쉽게 접근해서 우리 술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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