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나무, 군락지도 극히 일부 지역
‘1종1속’ 형제도 없어, 자생지 발견되면 모두 천연기념물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나무 중에 미선나무가 있다. 마치 하얀색의 개나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개나리를 닮았다. 충청북도와 전라북도 일부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귀한 나무다. 발견된 군락지는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다. 사진은 올봄 창덕궁에서 촬영한 미선나무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나무 중에 미선나무가 있다. 마치 하얀색의 개나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개나리를 닮았다. 충청북도와 전라북도 일부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귀한 나무다. 발견된 군락지는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다. 사진은 올봄 창덕궁에서 촬영한 미선나무다.

개나리가 피는 계절에 개나리처럼 생긴 꽃이 피는데 그 색이 흰색이다. 크기는 개나리꽃보다 작지만 생김은 똑같다. 

그 꽃이 지고 5월 말이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그 모양새가 영락없이 손잡이가 없는 부채모양이다. 

그것도 역사극에서 왕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람을 만들어주는, 끝이 양쪽으로 동그랗게 마감된 고급부채를 닮았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미선(尾扇)나무다.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된 나무다. 

그것도 충청북도 괴산과 진천, 영동 그리고 전라북도 부안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군락지를 찾을 수 있는 나무다. 

옛 이름 중 하나가 ‘조선육도목’ 즉 6개의 도에서 볼 수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의 군락지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군락지를 발견할 때마다 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귀한 신분의 나무가 됐다. 물론 지금은 서울의 궁궐과 전국의 여러 수목원에서도 자라지만 말이다. 

이처럼 자생지가 극히 일부 지역에 지나지 않는 귀한 나무가 된 것은 이 나무의 생물학적 특징이 한몫한 듯하다. 

발견된 자생지 모두 흙이 별로 없고 돌이 많은 거친 지역이다.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흙이 있는 곳이 아니라 물이 쉽게 빠지는 돌밭에서 말이다. 

어떤 사연 때문에 이렇게 거친 땅에서만 발견되는지는 몰라도, 예측되는 바는 경쟁 수목들에 밀려나 생육조건이 좋지 않은 땅에서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들의 군락지가 줄어들었으리라.

그런데 생물학적 분류체계에서도 미선나무는 형제를 갖지 못하고 외롭게 진화해 온 나무라고 한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미선나무속으로 분류되는데, 그 ‘속’의 하위 단위에 자신만이 유일한 ‘종’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비슷하게 생긴 개나리가 생물학적으로는 가까운 관계이지만, 자신의 실제 형제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미선나무의 꽃이 필 때면 봄이 바로 시작한 시점으로 보면 된다. 

가장 먼저 땅에서 봄을 알린다는 복수초와 제비꽃, 나뭇가지에서 생강 향이 나는 생강나무꽃 등 봄의 전령들이 고개를 내밀면 미선나무도 가느다란 갈색의 가지에서 꽃을 피우려고 한다. 

벌들이 좋아하는 꿀 향기를 담은 꽃이다. 흡사 생강나무꽃의 향과 비슷하다. 그런데 생김새가 비슷한 개나리는 미선나무와 달리 향기가 없다. 

미선나무의 꽃이 지면 5월부터 납작한 부채모양의 열매가 생긴다. 그것이 마치 예전 임금에게 바람을 만들어줬던 부채 ‘미선’을 닮았다고 해 나무이름도 그렇게 지어졌다. 이 열매는 처음에는 푸른색이지만 가을이 되면 갈색이 된다. 사진은 2021년 파주 율곡수목원에서 촬영한 미선나무 열매다.
미선나무의 꽃이 지면 5월부터 납작한 부채모양의 열매가 생긴다. 그것이 마치 예전 임금에게 바람을 만들어줬던 부채 ‘미선’을 닮았다고 해 나무이름도 그렇게 지어졌다. 이 열매는 처음에는 푸른색이지만 가을이 되면 갈색이 된다. 사진은 2021년 파주 율곡수목원에서 촬영한 미선나무 열매다.

미선나무의 꽃잎은 보통 다섯 장인데, 여섯 장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암술은 한 개이며 수술은 두 개다. 

그런데 흰색의 꽃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연분홍색과 맑고 연한 노란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꽃이 지고 맺히는 열매는 처음에는 파란색이지만, 차츰 연분홍색으로 그리고 가을이 깊어갈수록 갈색으로 변한다. 

하얀색 꽃과 부채모양의 열매를 맺는 미선나무의 키는 그리 크지 않다. 1m를 겨우 넘긴다고 볼 수 있다. 

정원수의 경우 나무의 지름은 10cm를 넘어서고 키도 3m를 넘기는 게 보통인데 자생지에서 자라는 미선나무도 지름이 굵어 봐야 어른 손가락 굵기이다. 

이 나무가 학계에 보고된 것은 20세기 초였다. 

1917년 우리나라의 식물분류학을 개척한 정태현 선생과 한반도 식생을 조사하던 일본인 나카이 박사가 충북 진천의 야산에서 자생지를 발견하면서 학계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 끝에 찾아낸 특징은 1속1종의 나무라는 점이다. 하나의 종이 한반도에서 자라는 경우는 있지만, 이 나무처럼 속 전체가 우리 땅에만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선나무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한다. 열매의 생김이 부채처럼 생겨서 일본 사신의 진상품 중에 끼어있기도 했단다. 3월 서울에 봄이 깃들면 궁을 찾아 나서보자.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미선나무의 흰꽃을 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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