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 썰물…예금 잔고 한달 새 54억달러↓
ESG채권, 커미티드 라인 등 외화 확보 총력

2022년 4월 26일 14:2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외화예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2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보다 54억3000만달러 감소한 규모이며 지난해 8월(926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기업 또는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이 국내 은행에 예치한 외화예금을 말한다.

기업예금 잔액은 한 달 새 44억7000만달러 줄어들어 763억4000만달러, 개인예금 잔액은 9억6000만달러 줄어든 16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금융권에선 기업의 해외투자 자금 및 수입결제 대금 인출 규모가 확대되고, 환차익을 노린 개인이 현물환 매도 규모를 늘린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도 불구 긴축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평균 1197.80원에서 지난달 1221.30원으로 23원 넘게 올랐으며 전날(25일)에는 장중 1245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대규모 외화예금 이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완화됐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오는 6월부터 복원되기 때문이다.

LCR은 금융회사가 금융위기 등에 대비해 최소로 보유해야 할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 비율이다. 규제에 따라 예금액 등이 줄어 LCR이 낮아지면 은행의 대출 여력도 줄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외화 LCR은 △KB국민은행 108.09% △신한은행 110.84% △우리은행 108.64% △하나은행 109.39% △NH농협은행 98.73%로 모두 외화 LCR 규제선인 80% 이상이다.

당장 외화가 부족하진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지난 2018년말 대비 감소폭(KB국민은행 31.35%포인트, 신한은행 6.87%포인트, 하나은행 29.55%포인트, 농협은행 22.36%포인트)를 고려하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화 LCR 비율이 현재 규제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통합 LCR 비율을 맞추기 아슬해질 수 있다.

일단 은행들은 외화 조달 방책으로 채권을 잇단 발행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올해 들어 발행한 외화 ESG 채권 규모는 7642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발행된 총 외화 ESG 채권(1조7410억원)의 44%에 달하는 규모다.

BNK부산은행도 올해 첫 공모 외화채 발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부산은행은 유로본드(Reg S)로 구성해 내주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집한다. 트랜치는 3년물 또는 5년물이 유력하다. 한국물 시장에서 지방은행이 외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들은 커미티드 라인 추가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커미티드라인은 약정을 맺은 금융기관끼리 상호 요청에 따라 미리 약속한 한도와 환율로 외화를 반드시 빌려줘야 하는 계약이다. 이에 외화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불린다. 구속성이 없는 크레디트라인에 비해 안정적이어서 정부도 금융위기 이후 커미티드라인 설정을 권고해왔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강달러 환경에서의 외화 조달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원화를 거래 상대방에 담보로 제공해야 하고, 이에 따른 원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외화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상환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으며 대외채무 증가로 금융사의 대외 신용도가 낮아지면 외화조달 비용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유예를 해준 외화 LCR 규제가 다시 회귀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여러 글로벌 이슈까지 얹혀진 만큼 외화 유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촘촘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화예수금을 늘리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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