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생보 첫 자부치 판매 예의주시
가입한도·가격 등 적정 관리하라 주문
모럴리스크 큰 상품…대형사도 고려중

2022년 4월 27일 10:37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해보험사의 영역인 운전자보험 시장에 진출한 흥국생명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손해보험사에서도 가입자의 도덕적해이가 만연한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이하 자부치)’를 생명보험사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무엇보다 삼성생명, 동양생명 등 중대형 생보사들도 차례로 출시시기를 조율 중이다. 추후 생·손보간 영역을 넘나드는 판매 경쟁이 시장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다사랑OK상해보험’ 내 자부치 담보에 대한 가입한도 설정 및 요율(보험료)산정 체계 변경을 주문했다.


손보서도 모럴 만연…“관리하라”


자부치는 교통사고로 다칠 경우 부상급수(1~14급)에 따라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운전자보험 내 특약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부상급수는 자동차보험의 근간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한다. 때문에 손해보험업권의 고유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2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생명보험사가 자부치 담보를 취급할 경우 보험사기 발생 위험이 크다고 본다. 

손해보험업권에서도 자부치는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은 담보로 꼽힌다. 경미한 사고에도 손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왔다.

일례로 지난 2019년 손보사들의 과열경쟁이 있었다. 부상급수 11급에 해당하는 뇌진탕의 경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험금 청구다. 당시 손보사들은 50만원이던 가입금액 한도를 두 배로 늘려 ‘스치기만 해도‘, ‘의사 얼굴만 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마케팅을 펼쳤다. 

보험사 스스로 가입자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겼던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가이드라인 형태로 개별 가입자의 가입금액 한도를 50만원 수준에서 관리하라 주문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흥국생명에게 가입금액 관리를 요구했다.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상품인 만큼 손보사처럼 운전자의 자부치 담보 가입현황을 파악, 높은 금액에 가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라는 것이다. 실제 흥국생명은 처음 자부치 담보 판매 시 부상급수 14급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타사 가입과 상관없이 받아준다는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보험료의 적정성도 문제 삼았다. 손보사는 운전자보험 판매 시 운전자와 비운전자, 개인용과 영업용 등을 나눈다. 운전자의 위험도를 판단해 보험료를 덜 받거나 더 받기 위함이다. 하지만 생보사는 이러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운전여부나 용도와 상관없이 판매가 이뤄지다보니, 일부 운전자는 자신의 실제 위험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될 수 있다. 

 


절실한 생보…당국 판단만 남아


흥국생명이 자부치 담보 판매를 시작하면서 손보업계는 ‘손보사가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으로 생보사만 판매할 수 있다. 때문에 운전자보험의 담보 중 하나인 자부치 판매는 엄연한 영역 침범이라는 인식이다.

운전자보험의 주요 보장은 벌금,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 교통사고 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이다. 실제 발생한 비용에 대한 보상인데다 가입자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이라 손보사만 판매할 수 있다. 단순히 부상등급에 따른 치료비 지급만으로는 운전자의 다양한 사고를 보상해주긴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생보사의 운전자보험 시장 진출은 먹거리 확보 차원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사람을 보장하는 제3보험 시장을 생·손보가 동시에 취급하고 있지만 암·뇌심장질환·치아·치매 등 각종 질병에 대한 보험에서 손보사에 밀리고 있다. 손보사가 판매할 수 없는 종신보험은 비싼 보험료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흥국생명 외에도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이 자부치 담보 판매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부치 담보의 보험료는 1만원 내외다. 하지만 다른 담보와 끼워 팔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보험료 수입이 늘어난다면 손해보험 영역을 취급할 수 있는 보험대리점(GA)으로 이탈하는 설계사도 붙잡을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만 남은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부치 담보가 손보사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라는 게 최선”이라며 “다만 대형사가 진출한다면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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