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선 노란색, 부귀·행복 상징해 의도적으로 심은 듯
산수유, 생강나무에서 5월 들어 황매화 고궁 사찰에 활짝

매화꽃을 닮았다고 해서 ‘황매화’라 이름지어졌으나 매화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4월 말부터 5월까지 고궁 및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사진은 홑황매화이며, 겹황매화는 죽단화라고도 불린다.
매화꽃을 닮았다고 해서 ‘황매화’라 이름지어졌으나 매화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4월 말부터 5월까지 고궁 및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사진은 홑황매화이며, 겹황매화는 죽단화라고도 불린다.

봄꽃은 유난히 노란색이 많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부터 봄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무리 꽃까지 봄의 꽃은 대체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그랬고, 복수초와 풍년초가 그랬다. 영춘화로 불리는 개나리도 노란색이며 꽃다지, 민들레, 수선화 등도 모두 노란색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지난달 말부터 핀 황매화도 노란색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 중에 노란 꽃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혜순 성신여대 교수의 책 《꽃의 제국》에 따르면 자연에서 피는 꽃의 색깔 중 노란색은 하얀색에 못 미치고 붉은색에도 모자란다. 

가장 많은 색은 하얀색으로 우리나라에서 피는 꽃 3600여 종에서 약 32%에 해당하며 빨간색은 24%, 그리고 노란색은 21%라고 한다. 

그런데 이 수치가 계절을 고려해서 조사된 것이 아니니 봄꽃에서의 노란색 비중도 연중 평균의 수치와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강 교수는 봄의 꽃 색깔에서 노란색이 많은 이유를 사람들이 봄을 느끼기 위해 많이 심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동양의 세계관에서 황색은 중앙을 뜻한다. 그리고 부귀와 행복을 상징하는 색이다. 물론 서양은 노란색을 불길한 의미의 경계를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부귀와 행복을 뜻하는 노란색을 띤 꽃을 동양에서는 의도적으로 더 식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긴 겨울을 끝내고 맞는 봄이니,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또 다른 전문가는 봄꽃에 노란색이 많은 까닭을 수분활동을 돕는 곤충에서 찾고 있다. 

일본의 식물학자 아나가키 히데히로는 《전략가, 잡초》라는 책에서 유독 노란색을 좋아하는 꽃등에가 기온이 낮은 초봄부터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보통의 곤충들은 자외선을 볼 수 있어서 자외선이 없는 색깔을 잘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꽃등에 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노란꽃의 대명사는 개나리꽃이다. 산수유, 복수초 등의 꽃이 피면 노란 개나리가 고개를 내민다. 노란꽃은 벌과 나비 등의 곤충보다는 노란색을 구별할 수 있는 꽃등에에 의해 수분활동이 이뤄지는 꽃이다. 이른 봄부터 등에가 먹이활동을 해서 맺어진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노란꽃의 대명사는 개나리꽃이다. 산수유, 복수초 등의 꽃이 피면 노란 개나리가 고개를 내민다. 노란꽃은 벌과 나비 등의 곤충보다는 노란색을 구별할 수 있는 꽃등에에 의해 수분활동이 이뤄지는 꽃이다. 이른 봄부터 등에가 먹이활동을 해서 맺어진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수분을 벌이나 나비가 많이 돕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꽃의 색깔에 따라 수분을 돕는 곤충과 동물이 나뉘어 있다. 여름이 되면 지천으로 피는 꽃들을 살펴보자. 

산딸나무, 산사나무, 이팝나무, 찔레꽃 등의 하얀 꽃은 나비와 나방, 그리고 딱정벌레류의 곤충이 맡는다. 

그리고 작약과 같은 붉은 색은 새들이 수분을 돕는다. 작은 새들이 꽃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란색 꽃은 벌과 나비의 차지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꽃의 노란색은 우리 인간에게만 환하게 빛을 내고 벌에게는 어두운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거의 자주색에 가까운 어두운색으로 말이다. 그러니 붉은색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예 벌이나 곤충에게 보이지 않는 색이다. 

그래서 붉은색을 띠는 꽃들을 척추동물을 위한 꽃이라고 말한다. 

온대 지방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꽃가루받이를 전문으로 하는 새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동백꽃도 새와 다람쥐들이 수분활동을 돕는다. 

그렇다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보라색 꽃은 누가 볼 수 있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했지만, 곤충류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에 가장 가까운 보라색은 곤충들에게는 아주 밝은 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야생화 등 아주 작은 꽃 중에 보라색을 띤 꽃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노란색인데도 불구하고 곤충들이 꽃가루받이를 돕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노란색의 달맞이꽃의 경우, 우리 눈에는 무늬 없는 노란색으로 보이지만, 자외선 필터를 걸고 사진을 찍으면 노란색 꽃에 무늬가 드러난다. 

그 무늬는 곤충들을 위한 유도등과 같다. 따라서 눈에는 밝은색의 꽃일지라도 곤충들을 위해 식물은 나름의 장치를 걸어둔다. 

이렇게 꽃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분을 도와주는 생명체와 궁합을 맞춰가며 색깔을 취한 것이다.
 
황매화가 지천이다. 궁궐의 황매화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모습을 드러내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고, 산사의 황매화도 개화하기 시작했다. 

지역에 따라 이달 중하순까지 볼 수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신록이 오르는 계절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절기에 맞춰 피는 꽃들이다. 

이 계절은 그런 점에서 황매화의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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