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연구소 전제호 책임연구원

전제호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삼성화재)
전제호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삼성화재)

불과 5년전만 해도 우리 주변에 없었지만 이제는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는 지난 2018년 9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도 가파른 성장세에 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전동킥보드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월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 대수는 약 9만1000여대로(협회 13개 회원사 기준) 2019년 12월 운영 대수(1만7000여대)에 비해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에는 전국적으로 10만대를 훌쩍 넘는 공유 전동킥보드가 운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짧은 시간 동안 전동킥보드가 급속도로 보급된 주된 이유는 공유 교통수단으로서 이용자가 가까운 거리를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고 적은 비용적 부담과 사용 편의성 등의 장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운행대수 증가에 비례해 '킥라니'라는 오명을 만들 정도의 성숙하지 못한 사용 문화 등으로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연구소에서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19~2021년) 동안 총 4502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지난해에만 2177건의 전동킥보드 사고가 발생해 지난 2019년(878건) 대비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는 보다 직접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전동킥보드의 운행 속도 하향이다. 현재 전동킥보드의 법정 최고 속도는 시속 25km다. 하지만 우리나라 운행 여건 상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나 보행자와의 상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의 운행 속도 기준은 보행자와 자전거의 속도를 고려해 설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 속도 시속 25km는 정말 적정한 운행 속도일까. 보행자의 평균 속도는 시속 4~5km이다. 자전거의 경우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평균 시속 15km 수준이다. 그렇다면 전동킥보드는 보행자와 자전거에 비해 적게는 1.7배에서 많게는 6.3배 빠른 편에 속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가 많은 교통환경에서는 후방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전동킥보드를 인지하지 못할 경우 자칫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 실시한 전동킥보드 운행 속도별 정지거리 실험 결과, 시속 25km 일 때 정지거리는 약 7m로 상당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정지거리는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다 전방의 돌발상황을 인지한 지점부터 완전히 멈출 때까지 주행한 거리이다. 운행 속도를 시속 20km로 했을 경우 정지거리는 26% 감소한 5.2m였다. 실제로 운행 중에 이러한 돌발상황이 발생한다면 이용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해 반응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정지거리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운행속도를 낮춰 이러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6개 공유 서비스 업체를 조사한 결과 업체마다 운행 속도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업체는 최고 속도가 시속 25km였으며 2개 업체는 시속 22km, 나머지 1개 업체는 시속 20km로 운영하고 있다. 시속 25km로 운영하는 1개 업체는 야간시간에 최고 속도를 시속 18km로 운행해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사고 예방을 위해 일부 업체는 최고 속도를 하향하는 좋은 사례가 있으나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운영하는 업체만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안전을 우선시하는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자칫 이용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협의회를 통해 모든 업체가 공통된 속도 관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전동킥보드의 최대 속도는 어느 정도로 낮춰야 하는 것이 좋을까. 안전성과 이동성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속도를 많이 낮춘다면 이동수단으로서 의미가 상실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유사한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평균 운행속도와 정지거리 실험 결과에 기반하여 시속 20km가 적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나 보호구역과 같이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장소에서는 시속 15km 이하로 운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도시부에서 차량의 운행속도를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을 본격 시행했다. 차량의 이동성보다는 안전을 더 중요시하는 정책 분위기 속에, 전동킥보드도 마찬가지로 운행속도 하향이 필요해 보인다. 전동킥보드의 경우는 ‘안전속도 2015’을 적용해볼 법 하다. 운행 최고속도는 시속 20km, 보호구역과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는 시속 15km를 적용한다면 전동킥보드의 안전한 이용문화를 구축하고 사고를 감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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