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현안…“새 정부 골든타임 잡아야”
감독 운영 체제 개편·대출 규제 향방에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갖고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금융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정책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금융개혁 과제들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금융감독 운영 체계 원점 재검토


현재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는 우리은행 직원 600억원대 규모 횡령 사태다.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만큼 가장 자금 관련 통제가 엄격해야 할 제1금융권 은행에서 발생했다는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사안 발생에 금융권 안팎에선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부실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일개 금융사 직원의 고의적인 서류 위조까지 적발해내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11차례나 검사가 이뤄졌는데도 거액의 횡령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검사 시스템에도 분명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 시기가 맞물리면서 조직 개편을 통한 금융감독원 운영 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금융행정 측면에서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감독 검사·제재 시스템 개선안 마련이 포함됐다.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도 들여다볼 계획이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의 독립성 제고 및 신속상정제(패스트트랙) 도입 등 분쟁 처리기간 단축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역시 이달 중 금감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 금감원 시스템 전반을 살필 계획이다.

다만 이전 정권에서 주요 국정과제로 꼽혔던 금융감독기구 자체를 재편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황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책’ 기능 중심의 금융위원회와 이 과정에서 부실과 사고를 막는 ‘감독’ 기능 중심의 금융감독원으로 양분된 현재 금융감독체계에서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 금융감독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능 분리를 위한 ‘금융관리와 감독체계 개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지만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는 우선순위가 밀리는 분위기”라며 “정부 출범 초기가 골든타임인 만큼 운영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선 계속 고민하고 있고, 기구 개편 역시 논의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TV 규제 완화…대출 시장 숨통 틜까


문재인 정부에서 은행권을 전방위로 옥좼던 대출 규제 역시 수술대에 올라갈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지난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 LTV 최대 상한을 80%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현행 LTV는 투기지역·투지과열지구 60%, 조정대상지역 70%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이다.

다만 ‘LTV 최대 상한 70% 단일화’ 공약은 나중에 추진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경우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를 30~40%로 차이를 두겠다는 공약도 시장 상황에 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출 규제를 한 번에 풀게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시장 불안, 가계부채 확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현재 틀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보유한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상환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현재 DSR은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넘는 차주에 대해 40%, 제2금융권 50%로 적용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적용 대상이 총대출액 1억원 이상인 차주로 확대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선 LTV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차주 단위의 DSR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DSR 규제 비율을 넘어서면 대출이 불가능해서다.

대신 새 정부는 청년층의 DSR 산정시 미래소득을 반영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금은 현 소득과 대출 만기 시점 소득의 단순 평균을 미래소득으로 보는데, 대출 기간 중 최고 소득이나 생애 주기별 소득 변화를 반영해주는 방식이다.


‘가상자산’ 제도권 수용 첫 단추


윤석열 정부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 공약을 내놓았을 만큼 디지털 자산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왔다.

110대 국정과제 중에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국내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계획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가상자산 시장에 포지티브 규제가 아니라 네거티브 규제 및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로, 가상자산 업계에 훨씬 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인수위는 BIS(국제결제은행), FSB(러시아 연방보안국) 등 국제금융기구 및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디지털자산 행정명령 등 각국 규제체계 논의 동향이 적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제의 탄력성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유틸리티, 지급결제 등)으로 나눠 관리할 방침이다.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체계에 따라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며, 필요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활용한다. 지급결제와 소비 등에 쓰이는 비증권형 코인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논의를 통해 발행·상장·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체계를 마련한다.

금융권은 이번 국정과제를 통해 제도권 금융사들의 가상진출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법제화 등 여러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를 고려, 상용화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법적인 체재가 마련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존 금융사들도 시행안이 발표되면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아직 화폐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투자자들이 가치로 보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는 있다”며 “기존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도록 철저하고 신중한 방안이 필요할 때”라고 설명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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