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자본건전성 하락 줄짓자
‘LAT 잉여금’ 구제책 꺼냈지만
“10여년 해온 규제 직접 부정하는 셈”

2022년 5월 26일 18:09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급격하게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보험사들을 구제하려고 나섰다. 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다. 

문제는 현재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금융위원회와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는 MG손해보험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대로라면 MG손보는 부실기관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의 RBC비율 악화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채적정성평가제도(LAT)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일부 보험사의 RBC비율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1년새 100bp(1bp=0.01%포인트)까지 상승한 영향이다.

금리인상이 RBC를 악화시키는 건 보험사의 자산 중 일부 채권(매도가능채권)만 시가 평가되고, 부채는 원가 평가되는 불일치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보험사가 보유한 부채는 그대로인데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자본량이 급격히 축소된 것. 

보험업법에서는 RBC제도를 통해 보험사가 어떠한 상황에도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100%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100%를 밑도는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단계별로 관리한다. 올해 1분기 권고기준을 밑도는 보험사는 4곳, 부실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이 있는 보험사도 1곳이다.

오늘 기준금리는 한차례 더 인상되면서 상반기까지 금감원의 권고기준에 미달하는 보험사가 추가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LAT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LAT는 RBC의 보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RBC는 보험사의 부채(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를 원가 평가하지만 LAT는 부채를 시가 평가한다. 이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해 RBC에서 드러나지 않은 보험사의 자본부족을 보완토록 한 것이다.

보험사는 LAT평가를 통해 추가 적립하는 책임준비금을 이익잉여금(자본)으로 편입하지 못한다. 금감원은 이 잉여금의 절반 내외(40~60%)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실제 이러한 내용의 보험사 구제안을 내놓을 진 미지수다. RBC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2009년부터다. 약 13년간 보험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온 건데, 이제와 시중금리 변동에 따른 건전성 악화를 구제하는 건 모순이 될 수 있다.

MG손보의 사례도 걸린다. 지난해 말 기준 MG손보의 RBC비율은 88%로 부실금융기관지정 대상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MG손보의 LAT잉여금은 5522억원이다. 이 중 절반인 2800여억원만 자본으로 인정 되도 RBC비율은 100%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말 기준 MG손보의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한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었다.

현재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금융위를 상대로 법원에 낸 부실금융기관 지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승소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적기에 경영 악화된 금융사의 부실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는 내용의 항소가 필요한데, 이번 보험사 구제안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험사 구제안에 대해 금감원이 금융위를 설득한 걸로 안다”라며 “감독기관이 10년 이상 유지해온 RBC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분기 기준 RBC가 금감원의 권고수준인 150%를 하회하는 보험사는 4곳으로 한화손해보험(122.8%),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이다.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00%를 밑도는 보험사는 DGB생명(84.5%) 1곳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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