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품 ‘에일리언 고제’ 독일 유러피언비어스타서 동상
내달 을지로에 펍 오픈, 스타우트와 비터 신상품도 출시

맥주를 너무 좋아해서, 아니면 해외여행에서 마셨던 맥주가 생각나서 자가양조를 하기 시작해 ‘덕후’가 되고 ‘성덕’까지 된 경우가 있다. 홍천 ‘에이엔씨브루잉’의 윤성민 대표(왼쪽)와 윤현 총괄이사가 그렇다. 사진은 홍천의 양조장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맥주를 너무 좋아해서, 아니면 해외여행에서 마셨던 맥주가 생각나서 자가양조를 하기 시작해 ‘덕후’가 되고 ‘성덕’까지 된 경우가 있다. 홍천 ‘에이엔씨브루잉’의 윤성민 대표(왼쪽)와 윤현 총괄이사가 그렇다. 사진은 홍천의 양조장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덕후로서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다가 성공을 거두거나 그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 흔히 ‘성덕’했다고 말한다. ‘덕후로서 성공했다’는 뜻이다. 

크래프트맥주 업계에는 이렇게 성덕해서 브루어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맥주를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직접 양조해서 맥주를 만들다가 거기서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맥주 빚는 실력이 좋다고 다 양조인의 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바로 꿈은 현실로 한발 다가서게 된다. 

강원도 홍천에서 브루어리를 운영하고 있는 윤성민(37) 씨와 윤현(47) 씨도 같은 경우다. 

다음카페에서 3만8000명에 이르는 회원이 모인 ‘맥만동(맥주만들기동호회)’은 크래프트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커뮤니티다. 

이곳에서 10년 안팎의 시간을 취미로 자가양조를 하던 사람들이 2020년 기어코 본인들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에이엔씨브루잉(대표 윤성민)이라는 맥주양조장을 홍천에 차렸으니 성덕을 제대로 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양조장을 내고자 했던 곳은 서울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성수동과 합정, 홍대입구 등에서 펍을 겸할 수 있는 양조장 자리를 물색했는데 여의찮았다. 

계획을 세운 것은 코로나가 닥치기 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불확실성만 키워놓았다. 그때 홍천의 신활력플러스사업단에서 연락이 왔다. 

홍천군은 맥주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다. 이유는 관광자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역적 특징 때문이다. 

홍천군은 얼마 전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홉을 발견했다. 1980년대 말 홉의 수입자유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강원도 산간 지역에선 홉을 재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가격경쟁력에 밀려 모든 농가가 홉 농사를 포기했다. 그런데도 야생에 살아남은 홉이 있었던 것이다. 

홍천군은 자생하던 홉을 ‘K-홉스’라는 이름으로 등재하고 현재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맥주에 대한 전문인력이 간절히 필요로 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컨설팅하면서 홍천군과 인연을 맺게 된다. 

또한 홍천 메디컬허브연구소 내에 있는 양조시설을 돌려보면서 이곳에서 맥주를 빚기로 결정한다. 

홍천 에이엔씨브루잉은 상업양조 첫 제품이 유럽의 맥주품평회에서 동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양조장이다. 사진은 현재 생산하고 있는 맥주들이다. 왼쪽부터 페일에일, 에일리언고제, 에일리언 아가베 등이다. 이밖에 스타우트와 비터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홍천 에이엔씨브루잉은 상업양조 첫 제품이 유럽의 맥주품평회에서 동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양조장이다. 사진은 현재 생산하고 있는 맥주들이다. 왼쪽부터 페일에일, 에일리언고제, 에일리언 아가베 등이다. 이밖에 스타우트와 비터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일은 여기서 발생했다. 2020년 4월, 브루어리를 만들고 2021년에 시범 양조한 맥주 중 하나를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맥주품평회인 ‘유러피언비어스타’에 출품했는데 여기서 동상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사워 맥주라는 유럽 스타일의 맥주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름은 ‘에일리언 고제’다.

고제 맥주는 독일 맥주로 고수 씨앗과 소금 등을 넣어 맥주의 신맛을 부각한 술이다. 이와 함께 에이엔씨가 생산하는 맥주가 한 종 더 있다. 

‘에일리언 아가베’라는 이름의 벨기에밀맥주 스타일의 맥주다. 유기농 아가베 시럽을 넣어 ‘호가든’ 맥주의 풍미를 내면서 살짝 산미로 마감하는 술이다. 

아가베를 넣은 맥주는 향후 에이엔씨가 보여줄 맥주의 미래가 담겨 있는 술이기도 하다. 

이들이 시음했던 미국 미시건주의 파운더스가 생산한 데킬라 베럴에서 숙성시킨 맥주(‘마스 아가베’) 맛이 머리에 남아, 자신들의 스타일로 변형시켜 도전한 것이다. 

이 술은 에이엔씨에서도 데킬라 베럴에서 숙성시킬 계획이다. 

에이엔씨브루잉은 현재 을지로3가에 펍을 계획하고 있다. 처음 목표한 것처럼 고객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술맛을 채워가기 위해서다. 

펍의 오픈 일정에 맞춰 신제품으로 스타우트와 비터도 출시할 예정이다. 스타우트는 윤 대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맥주 스타일이다. 

그동안 홈브루잉 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술맛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타우트 맥주가 단맛을 강조하고 있는데 윤 대표는 되도록 드라이하면서 곡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술을 준비해 둔 상태다.  

윤 대표는 ‘재미있는 양조장’을 만들고 싶어 한다. 남들이 재미있어야 양조자도 술 만드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안주와의 페어링에도 각별하다. 구성원들이 술맛과 안주의 궁합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때론 기획해서 출시까지 몇 달이 들어가기도 한단다. 

하지만 에이엔씨는 시간이 지체되어도 술과 안주를 하나의 세트로 바라보면서 술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그래서였을까. 취재하는 날 고제를 제외한 4종의 술을 시음하면서 느낀 점은 ‘포근하고 부드럽다’였다. 

이 형용사가 술맛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에이엔씨의 ‘성덕’ 스토리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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