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일 10:5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우수인증 설계사를 두고, 생명보험협회와 GA(법인보험대리점)협회 간 알력 다툼이 한창이다. 양 협회는 모두 보험설계사에 우수인증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금액이 오가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다.

우수인증은 설계사의 전년도 실적과 계약유지율, 불완전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면 부여하는 일종의 명예 훈장이다.

인증을 받은 설계사는 영업에 우수인증 마크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00년 연속 우수인증'과 같은 홍보 문구로 설계사가 자신의 신뢰도를 홍보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양 협회는 이들에게 어떻게 돈을 받고 있을까. 보험사나 GA마다 지원하는 비율은 다르지만, 매년 연회비 형식으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우수인증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생보협회는 우수 설계사당 3만원, GA협회는 2만원의 연회비를 받는다. 지난해 양 협회가 우수 설계사로 벌어들인 금액은 총 6억원 수준이다.

협회 간 경쟁이 시작된 건,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유행하면서부터다.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을 시작으로 대형사 한화생명 등에까지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설계사를 포함한 판매조직을 본사에서 떼어내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대형 보험사까지 설계사를 GA로 분리하면서 생보협회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그간 생보협회서 우수인증을 받던 설계사들이 GA협회로 옮겨갈 수 있게 됐을 뿐더러 다른 보험사들까지 제판분리에 나선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설계사를 GA협회에 유출될지도 모르는 상황.

이에 생보협회는 정관을 변경하며 방어에 나섰다. 올해 생보협회는 자회사형 GA도 협회에 준회원 자격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그간 GA는 GA협회에 가입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깨진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생명보험협회의 준회원사로 등록된 상태다. GA지만 생보사로 구성된 단체의 준회원인 기이한 구조다.

최근에는 자회사형 GA를 각자의 협회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 협회에서는 GA에 일정 기간 우수인증 설계사 자격을 무료로 부여하겠다는 조건을 협회 가입 협상에 끼워 넣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과열이 출혈을 부르는 모습이다.

반면 손해보험협회는 우수인증 설계사에 일체의 연회비를 받지 않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수입원으로 활용할 생각이 없었기에 현재까지도 무료다. 생보협회와 GA협회 간 경쟁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다.

생보협회는 지난 2008년, GA협회는 2018년부터 우수인증 설계사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양 협회는 도입 취지로 모두 소비자 보호, 전문성 강화, 보험의 신뢰도 향상 등을 꼽았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도입 취지가 희석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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