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신규발행 38조…2년새 62%↑
9배나 늘린 롯데…유동성 지표 하락세
“조달 단기화는 위험, 지속 모니터링해야”

카드사별 CP·전자단기사채 발행액 추이
카드사별 CP·전자단기사채 발행액 추이

2022년 6월 2일 15:33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사들이 단기자금 조달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 진입에 조달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다만 단기간에 상환이 겹칠 경우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만기 1년 이내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발행액은 38조원으로 지난 2020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다.

최근 2년새 단기자금 발행이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가 5600억원에서 5조8450억원으로 944% 늘리며 가장 상승폭이 컸다.

이어 △현대카드 1조4700억원→4조5550억원(209.9%↑) △신한카드 5조800억원→11조8950억원(134.2%↑) △하나카드 2조3300억원→3조8750억원(66.3%↑) △KB국민카드 5조8250억원→7조원(20.2%↑) 순이다.

이러한 현상은 연초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자금조달비를 절감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이 올 1분기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2.3~3.5%대인 반면, 전자단기사채 금리는 1.1~2.3%대로 1%포인트 이상의 금리차를 보였다. 기준금리가 지속 인상됨에 따라 회사채 금리가 올라간 영향이다.

금융당국이 시행한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성 관리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자금조달 방식을 다각화한 영향도 있었다.

여전사 유동성 관리 강화방안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0년 4월 회사채 비중이 과하게 높은 여전사들을 고려해 자금조달을 회사채 외 방식으로 다각화할 것을 주문하고자 시행됐다. 이에 카드사들은 비교적 금리가 낮고 발행절차가 간편한 CP 발행을 늘려왔다.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롯데카드 관계자는 “카드자산 성장세를 고려해 자금조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 단기발행금이 급증했을 뿐, 해당 분기별 미상환 잔액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상 없이 조달자금을 상환 중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지난 2020년말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말 68.5%, 2021년말 51.3%에 이어 올 1분기 35.2%까지 떨어졌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은 1년 이내 만기도래 차입부채 대비 보유 유동성 자산이 차지하는 수치다. 이 지표가 감소했다는 건 유동성 관리 능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금융 변동성이 심해질 경우 자금상환에 대한 리스크는 더 증폭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과도한 단기차입 규모로 인한 유동성 경색이 주요 원인이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금융위기를 보면 본격적인 위기가 닥치기 전에 단기금융시장이 먼저 흔들렸다. 단기금융시장이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도 단기금융시장에서 가장 먼저 자금경색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공급원이 증권사(24%), 자산운용사(19%), 연기금(13%), 은행(9%) 등으로 여러 업권과 연결돼 있는 만큼, 단기자금 조달 확대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향후 금리상승이 지속되는 경우 카드사들은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단기조달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라며 “단기화된 조달구조는 유동성 위험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드사의 조달 구조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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