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국망봉 구간 철쭉 터널, 꽃망울 없는 경우도
천연기념물 주목과 일부 구상나무 붉은 꽃차례 올라

소백산 철쭉제가 끝났다. 3년만에 열렸지만, 꽃은 그렇지 않았다. 이태 연속 냉해를 입어 꽃망을 맺지 못한 철쭉이 제법 많았다. 그나마 활짝 핀 연분홍 철쭉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긴 산행을 마무리했다.
소백산 철쭉제가 끝났다. 3년만에 열렸지만, 꽃은 그렇지 않았다. 이태 연속 냉해를 입어 꽃망을 맺지 못한 철쭉이 제법 많았다. 그나마 활짝 핀 연분홍 철쭉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긴 산행을 마무리했다.

봄 가뭄이 유독 심하다. 며칠째 봄 같지 않은 날씨 탓이다. 철쭉을 보기 위해 나선 소백산도 가물었다. 

풀풀 피어오를 정도의 흙먼지는 아니었지만, 발길에 이는 먼지는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내 생각을 욕심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래도 하늘은 야속할 정도로 좋았다. 

소백산의 죽령탐방센터에서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출발고도가 690m 정도여서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진 오르막길을 타면 된다. 

비로봉의 높이가 1439m이니 해발 750m 정도의 산을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이 길은 오르기 좋은 만큼 초반 7km 정도는 아쉬움이 많은 길이다. 

제1, 2연화봉에 천문대와 통신시설이 있어서 시멘트 포장이 잘 돼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들머리에서 이 길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산행에 나선다. 반대로 날머리로 하산하면서 포장길을 만났다면 무척 고된 코스라고 말할 수 있다. 

소백산의 철쭉제는 5~6월 사이에 개최된다. 이번에는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열리는 행사(6월2~5일)다. 

하지만 기후변화 탓인지 소백산의 철쭉은 제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추위로 냉해 피해를 본 것 같다. 

지난해도 5월에 눈이 내려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는데 올해도 꽃망울을 맺지 못한 철쭉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과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에는 듬성듬성 철쭉이 피어있다. 원래 이곳의 철쭉은 유명했다.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칼바람이 불어 키 작은 나무 이외에 다른 나무는 거의 자라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유독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나무는 철쭉과 주목이다. 

비로봉 근처의 주목(천연기념물 제244호)은 그나마 매서운 바람을 이기며 군락을 이루고 있고 주위에 어른 키에 미치지 않는 크기의 철쭉이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소백산 최고봉은 1439미터의 비로봉이다. 사진은 비로봉을 오르며 제1, 2 연화봉을 바로본 능선길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들은 천문대와 통신시설이다. 소백산은 산 정상부가 급경사가 없어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은 곳이다.
소백산 최고봉은 1439미터의 비로봉이다. 사진은 비로봉을 오르며 제1, 2 연화봉을 바로본 능선길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들은 천문대와 통신시설이다. 소백산은 산 정상부가 급경사가 없어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은 곳이다.

비로봉에 오르면 30km에 이르는 소백산의 주능선을 모두 조망할 수도 있으며, 태백과 소백의 산들이 이어 달리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비로봉-국망봉 구간은 어른 키를 훌쩍 넘어서는 철쭉이 터널을 이룬 곳이 여럿 있을 정도로 풍성한 철쭉을 보여주는 곳이다. 평균 수령 200년은 훌쩍 넘었을 철쭉이지만 올해 이곳의 철쭉은 아쉬울 따름이다. 

그나마 개체수가 줄고 있지만, 비로봉의 한쪽 사면을 채우고 있는 1,500여 그루의 주목이 펑퍼짐한 비로봉의 풍광을 채워주고 있다. 

게다가 죽령탐방센터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초입에 만날 수 있는 구상나무 몇 그루가 붉은 꽃차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주목도 붉은 꽃차례를 피고 있었다. 주목의 개화기를 마주할 수 있는 시절이다.

그런데 소백산에서 만난 철쭉은 우리가 흔히 철쭉이라고 부르는 꽃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 

연분홍빛의 꽃잎을 지닌 소백산의 철쭉이 진짜 철쭉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공원이나 궁궐, 혹은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던 철쭉은 영산홍과 산철쭉 등이라고 한다. 

두 꽃은 모두 진한 분홍색을 띠고 있다. 이들 꽃은 색깔만 다른 것이 아니다. 

식생도 달라서 철쭉은 소백산과 지리산, 정선 두위봉 등 고산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반면 산철쭉은 낮은 산에서 주로 자란다. 

철쭉은 진달래와 비교되어 개꽃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진달래보다 연한 색깔이어서 연달래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산철쭉은 물가에 핀다고 해서 수달래 혹은 물철쭉이라고도 불린다.

철쭉의 어원은 한자어다. 척촉(躑躅), 모두 머뭇거린다는 뜻을 지닌 단어다. 

그런데 척촉의 유래가 다양하다. 꽃이 하도 아름다워 가던 길손이 멈춰서서 그랬다는 설과 양이 산에서 철쭉꽃을 먹고 죽어서 그리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철쭉이 피는 산들은 해마다 철쭉제를 연다.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 황매산, 정선 두위봉, 거창 우두산, 김해 신어산 등 전국에 걸쳐 축제가 열린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 산신령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뜻이 같이 깃들어 있는 행사다. 

그런데 산마다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만, 꽃들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소백산이나 설악산에선 철쭉을 만나겠지만, 지리산 바래봉에선 산철쭉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라산에서 보는 철쭉은 이파리에 털이 많이 난 털진달래라고 한다. 진달래속에 속하는 나무가 스무 종이 넘으니 그럴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쭉은 소백산의 봉화쪽 자락에 있는 옥돌봉의 나무다.

2006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582살이 됐다고 한다. 

키가 5m이고 줄기 밑바닥의 둘레가 105cm, 그리고 가지가 펼쳐진 둘레의 폭은 8m를 넘는다고 하니 관목치고 무척이나 큰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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