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와 금융에 바란다'

[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금융권 전문가 및 퇴직금융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정부가 보완해야 하는 경제, 금융에 관한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화폐시장의 여건 변화

[문종진 칼럼] 지난 2년간 세계적인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가상화폐의 거래량과 가격이 급상승해 왔다. 그러나 미국 연방 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최소 3차례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까지 예고하자 시장은 공포감이 휩싸이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상화폐의 시총 약 1500조원 증발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5월 27일 14시 기준, 지난해 11월 최고점 대비 55% 하락한 3631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더리움의 가격은 62% 하락한 219만66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법정 화폐(법화)와 1:1 교환을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안정적인 가격유지로 거래규모 및 시가총액은 크게 신장해 왔다.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2월 4일 기준 지난 1년간 500% 이상 성장했으며,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1700억달러를 넘었다. 이 추세에 찬물을 부은 사건이 발생했다. 

즉 알고리즘으로 달러당 1:1 일 보장하던 한국산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그 자매코인인 루나(LuNa)가 지난 5월 12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99% 폭락하면서 약 57조8000억원이 사라져 버렸다.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매입하거나 소각해 가격을 유지했으나, 1:1 태환(兌換)에 대한 신뢰 저하로 동시다발적인 매각세가 나타나면서 가격이 급락하게 된 것이다. 

국내 투자자 중 28만명이 루나에 투자했고, 보유한 루나의 개수는 총 700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감독기관의 통제와 금융중개기관 없이도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모든 금융거래를 가능케 하는 탈(脫) 중앙 금융(DeFi)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가상화폐의 가치 창출능력에 대해 본질적인 회의를 국내외로 불러일으켰다. 투자자 보호조치는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자금조달 및 수익창출에만 몰입한 경영진의 윤리 의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루나 사태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19일 권도형 대표를 폰지사기(다단계금융사기)로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고소·고발했다. 이어 국민의 힘은 지난 5월 24일 당정 회의를 개최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상자산기본법을 제정하되, 법 제정 전이라도 기존의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령개정을 통한 규제 가능 여부를 관계당국에 의뢰했다. 

한편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IMF 총재는 물론 워런 버핏도 다시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는 대다수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까지 국내 코인발행(ICO)과 가상자산업자(거래소) 책임으로 상장하는 IEO(Inital Exchange Offering) 방식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동 사건(루나 사태)은 블록체인의 기술 경비 절감, 신속한 처리, 보안 철저 등 4차 산업 근간이 되는 기술이기에 동 산업을 활성화해 신(新) 사업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업계와 관련 협회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종류·특성

스테이블코인은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안전자산을 통해 특정 화폐와 약정된 비율로 교환이 보증되는 디지털 형태의 민간 발행 통화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이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과 달리 안정적으로 가격이 유지되면서 자금 이동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급증했다. 

디지털 위안, 디지털 달러 등 중앙은행 디지털화 화폐(CBDC)도 스테이블코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150년 전 자유은행 시대에 민간 은행권이 발행되는 등 민간부문의 화폐 발행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즉, 기술 발전으로 화폐 발행 형태만 바뀌었지, 액면가 이하로 거래 지속될 시 투자자 패닉에 의해 런이 발생하는 과거 민간화폐와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법정통화와 연동한 탓에 기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G20과 같은 국제 협의체에서 주요 논의 주제로 대두되고 있다. 즉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을 무력화하고, 기존 금융상품의 가격변동성과 상관관계가 68%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 경기진폭을 더욱 깊게 하는 등 가상화폐 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설계상 기초자산과 교환이 언제든 가능하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요구불예금과 기능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발행자들도 은행업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으로 간주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법화 거래 시 거래 당사자들이 통화의 가치를 “묻거나 따지지 않고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NQA(No-Question-Asked)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신뢰 저하 시 액면가로 지속적 거래가 불가능해 ‘코인 런’을 초래한다. 법적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보유자 간 계약의 성격이 지분계약보다 부채계약에 가까워 예금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코인투자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회사의 채권자) 

다만, 테더 등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보유자들과 지분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MMF로 다뤄져야 한다는 법적 견해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에는 토큰을 뒷받침하는 담보에 따라 3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법화/상품-담보형으로 코인과 교환비율이 정해진 특정 국가의 자산 (예: 미 달러) 또는 금을 보유한다. 담보자산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단위를 발행한다(예; 테더).둘째, 가상자산 담보형으로 담보로 잡힌 가상화폐의 평가는 가격변동을 우려해 초과담보 요구 및 안정성 메커니즘을 통해 유지된다(예; DAI). 셋째, 알고리즘에 의한 무담보형으로 담보 대신 알고리즘을 사용해 토큰 공급을 동적으로 확대 내지 축소해 미리 결정된 페그(PEG)를 유지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IMF SDR을 복제한 Saga Coin(SAGA), Havven(HAV), Rebra Synthetix, Basis 등이 있으나 최근 알고리즘의 유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위험 및 대응방안

화폐는 액면가가 균일하게 유지돼야 효율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담보가치가 충분치 않으면 서로 팔려고 하므로 화폐는 액면가로 거래되지 못한다. 그 결과 민간 발행 통화는 통상적으로 뱅크 런에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각국은 대량 인출 문제를 예금보험제도로 해결해 왔다. 은행에 담보자산을 예치한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예금보험공사(KDIC)의 보장으로 부분적 담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기관만 보호되지, 코인투자자는 직접 보호받지 못해 여전히 담보의 존재와 평가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고 주장해도 루나 사태에서 본 것처럼 알고리즘 메커니즘에 따른 가치 유지시스템이 취약해 시장 상황 변동 및 운영 리스크 등의 잠재적 위험이 존재함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테더와 같이 법적으로 지분적 성격(MMF)을 갖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요구불예금과 같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위험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 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MMF 런 사태, 2020년 MMF 런 사태에서 본 것처럼 MMF의 런은 단기자금 시장의 신용공급을 줄이고, 단기금융상품의 가치를 폭락시킴으로써 MMF 및 그 외 투자자들의 연쇄매도 유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루나 이외 여타 스테이블코인에서도 대규모 런 발생이 가능하며, 위험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예금수취기관으로 한정시키는 조치도 바람직하다.

향후 정책당국은 과거의 역사적 교훈과 이번 테라 및 루나 사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의 런 방지 및 ‘화폐’로서 활용도 제고를 위해 먼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예금보험공사 가맹은행에 한정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에 대해 1:1로 국채 또는 중앙은행 준비금으로 예치를 의무화시키는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NQA조건을 만족하는 화폐는 오직 정부만이 제공 가능하도록 해 미국 자유은행시대에 연방은행권 발행 및 민간은행권에 대한 과세실 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조기발행 및 사용을 허용한다.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되, 기존 은행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는 예금수취 등 특정 업무만을 수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하고 투자자 및 사업자의 해외 유출 가능성, 신산업발전 지연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실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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