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와 금융에 바란다'

[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금융권 전문가 및 퇴직금융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정부가 보완해야 하는 경제, 금융에 관한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신상권 칼럼] 가상화폐 루나(LUNA) 관련 피해자가 30만명이 넘는다. 피해자들이 흘리는 눈물이 강물을 이룬다. 코인 1개당 10만원이 넘었지만,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그들은 대박을 노렸다. 루나의 시가총액은 한때 50조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1만3204명이 1682억원의 전화 금융사기 피해를 봤다.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4월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이다. 다행히 피해 금액과 피해자 수가 줄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사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피해 유형이 생기고 있다는 게 부담스럽다. 피해 금액의 환급률이 35.9%로 64.1% 해당하는 1079억원은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 돈이 어떤 돈인가.

국내 18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설립된 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의 올크레딧이 제공한 자료를 보자. 신용점수 1000점 만점에 699점 이하인 사람을 저신용자라 한다. 제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 숫자가 전체 신용평가자 4851만4604명 중 815만9409명으로 16.8%에 달한다. 이들은 은행 대출을 쓸 수가 없어 연 20% 고금리 대출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1862조원의 가계대출과 함께 우리 경제의 큰 부담이다. 그 이유는 소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 범죄·금융 무지 피해가 너무 크고 아파 

루나 피해자, 보이스피싱 피해자, 연 20%의 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이는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일까? 탐욕, 무지, 무능력으로 그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금융 범죄와 금융에 대한 무지, 금융 무능력의 피해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우리 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경제에서 자금이 혈액에 비유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금융은 산업의 혈액이다. 우리 몸과 마찬가지로 산업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구석구석 금융이 잘 작동해야 한다. 결국 돈에 귀결된다.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 모두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과 달리 가계는 정보와 권력의 비대칭성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가계의 저신용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들은 저소득자, 청년, 다문화층 등 금융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계층이다. 신용점수가 매겨지는 우리나라 4800만명 중 810만 명이 그들이다.

금융회사들은 어떠한가? 은행의 이자 장사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이자는 빨리 올리고 예금이자는 천천히 낮게 올린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주가에 결정적인 지표는 NIM(Net Interest Margin), 즉 순이자마진이다.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은행업계의 당연한 욕구가 아닐까.

금융교육 부족이 하나의 원인

서민금융진흥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15 △햇살론 youth △미소금융 △근로자 햇살론을 이용한 사람들의 신용·부채관리를 도와주는 신용부채관리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용부채관리 컨설팅과 함께 신용·부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컨설턴트의 재무·신용관리 노하우 이행으로 신용점수가 오르면 금융 부담이 적은 은행권 대환 대출도 안내한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는 사업실패자의 재도전을 지원하는 무료 재기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일사천리 재기 프로그램 교육이다. 지역신보 소각채무자 등 사업실패자 중, 재기를 희망하는 신청자에게 △금융·재무 △법률 △인사·노무 △경영·마케팅 △세무·회계 △창업 등 6개 분야를 교육한다. 조금 더 일찍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돈 벌기에 사력을 다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업 실패자로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온전히 잘못한 것인가? 정부와 금융회사의 책임은 없을까? 학교 교육의 문제와 사회 교육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7조(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 5호는 금융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금융 소비생활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 금융교육, 이제라도 시작해야

그럼에도 국민은 합리적인 금융 소비생활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학교 교과과정에 금융 과목이 없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규 과목에 편입해달라는 요청이 금융 과목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아마도 여러 차례 정규 과목 편입 노력을 했을 것이다. 차선책으로 ‘1사 1교’ 사업을 한 것이다.

금융 과목 신설 주장 대신 현실적인 방법을 찾자. 금융법률과 △금융제도 △금융시장 △금융회사 △금융상품 △금융마케팅 △금융소비자보호 등 6개 영역으로 구분해 초중등학교 교과목을 전수조사하자. 금융 과목 내용의 반영 여부를 확인해 교육 과정에 반영하도록 요구하자. 그리고 효과를 분석해 지속해서 개선하자. 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학교 교육도 문제지만 더욱 더 아픈 곳은 사회 교육이다. 모두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국민 금융교육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지방의 전문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충원 문제 등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의 평생교육기관으로의 전환추진을 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원에 금융프로그램 도입을 활성화하고 장려해야 한다. 기존의 취미, 건강 프로그램이 지역주민의 니즈를 충족했다면 돈 벌기 프로그램도 아마 그럴 것이다. 지역의 공공시설에 ‘금융상담센터’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민관합동위원회, 좋은 아이디어 

금융 산업은 공익과 사익, 즉 기업이익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금융이 전체 산업과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제산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민간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정부가 탁상행정으로는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시장을 모르고 시장과 맞서게 되면 부동산가격 폭등과 같은 재앙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민관합동위원회는 참 좋은 아이디어다. 책임 전가를 위한 형식적인 기구가 아니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핵심 사항을 논의하고 규칙은 국회와 정부에서 정하고 실행은 민간에 용역을 주면 될 듯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정한 금융교육을 성실히 진행한다면 금융소비자의 금융역량은 제고될 것이고 금융시장의 역량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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