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와 금융에 바란다'

[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금융권 전문가 및 퇴직금융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정부가 보완해야 하는 경제, 금융에 관한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나병문 칼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를 통해 국정 담당 세력이 교체됐다. 그렇다면 국민이 새 정부에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각자의 처지와 관점에 따라 다양한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필자도 새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바로 강한 책임 의식이다. 그것이야말로 공복(公僕)의 제1 덕목이라고 일관되게 믿어왔다.

슬며시 퇴장하는 경제정책

지난 시기에, 국민 삶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탁월한 전략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기롭게 등장했던 경제정책들이 슬며시 퇴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 후유증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남은 후유증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탈(脫) 원전,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최저임금 정책도 그렇지만, 그중의 압권은 부동산 정책이다. 그 바람에 수많은 이들이 ‘벼락 거지’가 됐고, 집 한 채 안고 사는 저소득층의 고통지수는 한없이 치솟았다.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맨 처음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현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하지만, 전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떤 정책은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는 이론을 바탕으로 수립됐다. 즉, 일부 마이너 학자들의 연구실에나 존재할 법한 설익은 정책을 들고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으며, 이는 마치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했다. 그 결과가 잘못되면 고통 받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당시의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들의 섣부른 행동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평소 소신을 원 없이 펼치는 데만 몰두했지, 다른 것은 알 바 아니라는 태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설픈 정책의 허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그들은 슬며시 발을 빼고 사라졌다. 분명한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의도한 바가 아니니 책임질 일도 없다는 식으로 강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잇속만은 확실하게 챙겼다.

그 좋은 정책들은 지금 어디에?

이제 와서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아직도 그때의 정책이 옳다고 믿고 있을까? 만약 실패를 자인한다면 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 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데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자신들만 편히 살면 그뿐인가? 그런 무책임한 인사들이 한때 우리나라 경제를 틀어쥐고 마음껏 흔들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짧은 기간 내에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그 결과, 이제는 어디다 내놔도 꿇리지 않는 중견 국가가 됐다. 이 땅의 모든 산업일꾼들이 쉬지 않고 피땀을 흘린 덕분이다. 이런 나라를 대상으로 어디서도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시행하려면, 먼저 국민에게 물어보거나 자세히 설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토록 급하게 밀어붙인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다. 그들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너무나 안일했다.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앞세워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 하물며 알 만큼 알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들보다도 더 현명한 국민을 상대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책을 태연하게 남발했다. 그 기세가 얼마나 오만하고 당당했던가? 근거 없는 자만심에 취해 군소리 말고 따르기를 강요하던 행태는 한마디로 목불인견이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거나 반성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부작용이 고스란히 국민의 어깨 위로 내려앉아 짓누르고 있다. 그 결과,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에 겨운 데, 그들은 이미 확보해 둔 기득권을 단단하게 움켜준 채 편안한 삶을 만끽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정책 결정자들, 무한 책임을 져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민은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우매하지 않다. 그러니 국민의 지적 능력이나 정책을 읽은 혜안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오만함에 빠지지 마라. 성찰 없는 질주는 국민과 당사자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은 거창한 구호나 복잡한 경제이론엔 별 관심이 없다. 국민이 정부에게 거는 기대는 단순하고 소박하다. 각자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열심히 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줄기차게 그쪽으로 가야 한다. 국가 정책은 분야를 막론하고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바람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다. 그렇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사구시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일꾼들에게 바란다. 국민에 대한 책임감으로 단단히 무장하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업적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민생에만 힘을 쓰시라. 만약 이런 경고를 무시한다면 그대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책임지는 자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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