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와 금융에 바란다‘

[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금융권 전문가 및 퇴직금융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정부가 보완해야 하는 경제, 금융에 관한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재용과 정의선 만난 바이든

[나병문 칼럼] 대한민국의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며칠 만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했다. 그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부터 언론과 세인(世人)의 이목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됐고, 취재진은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라도 놓칠까 노심초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지도자가 아니던가? 

그가 한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삼성전자의 평택공장이었다. 그뿐인가?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날에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을 만나 꽤 긴 시간 동안 독대했다. 이런 전례가 있었던가? 세계적인 거물 정치인의 이 같은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 정의선 회장과의 만남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미국 대통령이 타국을 방문할 때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방한 중, 두 기업의 총수들(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만난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그들과의 만남은 중요했기 때문이다. 연말에 있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자국의 유권자들에게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가 또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공장 방문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의 태도였다. 자사 공장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맞아, 세련된 매너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안내하며 인사말을 하는 그에게서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을 이끄는 오너의 품격이 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또 어떤가? 그는 미국 대통령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유창한 영어로 대미(對美) 투자를 발표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엔 자신감이 한껏 배어있었다. 

훌쩍 커버린 대한민국의 위상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못 살던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필자의 눈에는, 자국의 기업인이 초강대국의 대통령 앞에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들의 의연한 태도를 지켜보며 “대한민국이 참 많이 성장 했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와는 다르게, 한때 세계 경제를 선도했던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떤가? 그들은 현재 정체 상태다. 지금 일본에는 삼성이나 현대처럼 대규모 해외투자를 할 만한 기업이 없다고 한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21세기는 외교도 비즈니스를 최우선시하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국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다수 보유한 나라의 협상력은 커진다. 한미 정상이 만나서 안보 중심이던 동맹관계를 경제는 물론이고 첨단 기술, 기후변화 등의 분야까지 확대하는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합의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미국도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미국의 원조에 많은 것을 의존했다. 오랫동안 일방적인 지원을 받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도 성장했다.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선진국 대우를 받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세계가 놀라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몇몇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선도자가 돼 가는 중이다. 

빠른 ‘규제 철폐’가 답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 국위선양하고 있음에도, 이전 정부는 무슨 이유에선지 기업을 마뜩잖게 대했다. 특정 이념에 편향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제이론을 신봉하는 사람을 경제 관료에 다수 기용했다.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틈만 나면 갖가지 명분으로 기업을 규제했다. 그런 환경에서, 기업은 숨죽이고 속만 끓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그들에게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그렇다고, 그들이 오로지 돈만 벌게 놔두라는 말은 아니다. 현대 기업이라면 당연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가치 공유 창출(CSV), 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기업인의 잘못된 윤리 의식이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지나치게 옥죄거나 위축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기업이 할 일을 정부가 하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어떻게든 기업을 혼내서 길들이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 능력이 안 되는 관료가 탁월한 기업가를 지도한다고 설친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다행스럽게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바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노파심에 한마디 거들고 싶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라. 기업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라.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이 알아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에게 당부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러울 때는 전임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라. 그 안에 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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