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하는 꽃 워낙 작아 꽃받침이 꽃잎처럼 성장
처음에는 녹색 익어가듯 하얀색 포엽으로 변신

산속에 있던 산딸나무는 요즘엔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돼 공원과 고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산딸나무는 붉은색 딸기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봄의 꽃은 하늘을 향해 피우지만, 열매는 익어갈수록 땅을 바라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산딸나무다. 열매의 맛은 달고 시다. 식용과 약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산속에 있던 산딸나무는 요즘엔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돼 공원과 고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산딸나무는 붉은색 딸기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봄의 꽃은 하늘을 향해 피우지만, 열매는 익어갈수록 땅을 바라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산딸나무다. 열매의 맛은 달고 시다. 식용과 약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물건 따위를 싸는 종이나 헝겊을 ‘싸개’라고 한다. 발을 싸면 발싸개, 손가락을 싸면 손가락싸개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싸개의 대표는 ‘보자기’였다. 

때로는 소중한 생명을 감싸기도 하고 값진 물건을 포장하기도 하는 싸개가 식물에게도 존재한다.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꽃이다. 

누대에 걸쳐 생명을 잇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생식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을 싸는 ‘꽃싸개’가 존재한다. 

한자로는 포(苞)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포엽이라고 말한다. 포엽은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잎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꽃을 감싸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모든 식물에게 꽃싸개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꽃싸개는 주로 초여름에 피는 꽃들에 많이 존재한다. 

초여름 숲에 피는 꽃들은 무리를 지어 피어난다. 

백당나무나 불두화, 산딸나무, 찔레 등이 그렇다. 짙은 녹색의 숲에서 꽃가루받이해줄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해 흰색을 선택했고, 주변의 경쟁 식물들에게 곤충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꽃무리를 지어 최대한 자신을 포장하며 핀다. 

물론 가루받이를 도와줄 곤충에게 줄 향과 꿀이라는 선물도 충분히 준비한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식물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산딸나무와 백당나무, 불두화 등이 그렇다. 

산딸나무는 꽃이 피기 전까지 존재감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4장의 포가 달린 꽃을 피워야 겨우 산딸나무임을 알아볼 수 있다. 

층층나무와 말총나무 등과 사촌인 산딸나무는 이맘때 하얀색의 꽃을 피운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기에 꽃으로 보이는 것뿐이지, 식물학적으로는 꽃이 아니다.

4장의 포가 바로 꽃싸개인 것이다. 그리고 실제 꽃은 4장의 포 가운데 있는 아주 작은 꽃이다.

워낙 작아서 수십 개가 모여도 지름이 1cm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니 위장술이라도 펼쳐서 곤충들의 눈에 들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꽃차례 아래 달린 네 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변한 것이다. 그 증거는 색에서 찾을 수 있다. 

진짜 꽃 주변에 돋은 네 장의 포의 색깔은 처음에 잎과 같은 녹색이었다가 서서히 하얀색으로 바뀐다. 

마치 과일이 익어가면서 제 색깔을 찾듯 산딸나무의 꽃싸개도 익어가면서 돋보이는 하얀색이 된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로 물기가 많은 산속에서 잘 자란다. 5~6월에 꽃이 피는 이 나무의 특징은 포엽(꽃싸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곤충을 불러 모으기에 꽃이 너무 작아서 꽃받침이 꽃잎으로 변한 것이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로 물기가 많은 산속에서 잘 자란다. 5~6월에 꽃이 피는 이 나무의 특징은 포엽(꽃싸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곤충을 불러 모으기에 꽃이 너무 작아서 꽃받침이 꽃잎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게 익어 순백의 하얀색의 꽃이 층층이 피어 있는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사조화(四照花)라 부른다. 흰색의 꽃이 사방을 다 비추는 듯해서 그렇다.

이런 모습이 인상적이어서인지 시인들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시인 장이지의 ‘시칠리아노-유월’이라는 시에서 “나뭇가지들에 찔린 초하(初夏)의 하늘/슬픔은 검게 멍들어가고/흰 별들이 금강석처럼/부술 수 없는 음악의 음표로 돋아난다”고 적고 있다.

시인 고정국도 ‘밤에 우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행자승 삭발에 든 듯/온 산이 숨을 죽일 때//낭설처럼 피었다 지는/산딸나무 창백한 꽃잎//순전히 딴 세상 어투의/法名 하나가/내려진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처럼 흰 별처럼 보이기도 하고, 법명처럼 내려앉은 꽃이 바로 초여름 산딸나무의 꽃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산사에 핀 산딸나무꽃 중 최고를 부여 대조사의 ‘산딸’이라고 말한다.

주차장 돌축대에 피어 있으니 계단을 내려오면서 한눈에 넉 장으로 된 흰 꽃들의 무리를 만날 수 있어서란다. 

산딸나무는 중부 이남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자생지가 주로 개울가의 음지 등이 많아서 음지식물로 분류된다. 또 추위에는 강하지만 공해에는 약한 편이고 생장 속도도 느린 편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흰색 꽃은 빨간색 열매로 익어간다. 마치 딸기와 유사하다. 그래서 이름도 산딸이다. 

이처럼 여름에는 흰색의 꽃을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 그리고 노랗게 익어가는 단풍 등 계절별로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나무다. 

그래서 요즘은 정원수로 주목받아 공원이나 수목원, 궁궐 등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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