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주년 앞둔 한국주류안전협회 문세희 회장 인터뷰
“더는 국뽕마케팅 안 통해, 업계가 나서 품질관리나서야”

한국주류안전협회 문세희 회장(현 화요 대표이사)은 전문성을 갖추고 주종의 구분이나 기업 규모의 제한 없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주류관련 단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주류 관련 정책 제안 등을 위해서라도 주류안전협회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화요’ 숙성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문세희 회장.

“그동안 만들어졌던 주류 관련 단체는 주종별로 구성되거나 범주가 정해져 있어 활동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8월 설립 1주년을 맞는 ‘한국주류안전협회’ 문세희 초대 회장(현 화요 대표이사)이 밝힌 협회 설립 이유다.

그동안 농림축산부와 국세청 산하에 등록된 단체들이 각자 자기 영역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주류 시장 전체를 조망하는 정책 제안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다.

급변하는 주류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제도에 담아낼 수 있는 구조가 절실히 필요했고, 복잡한 주류 관련 현안을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선 주종의 벽도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월부터 주종의 구분이나 규모의 제한을 두지 않는 협회를 계획해 여름에 결실을 보게 됐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 시장의 규모는 10조원 정도라고 한다. 이 중에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주류가 9조원 정도. 여기서 맥주와 희석식 소주 등의 술을 뺀 막걸리와 전통주, 그리고 지역특산주가 모두 합해서 4500억원 규모란다.

규모 면에서 경쟁 주류들에 한참 뒤지다 보니 정책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던 시장이다. 그런데 협회들마저 유유상종 성격을 벗어던지지 못했으니,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던 것이 우리 술 업계의 현실이었다.

이런 점을 주류 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주류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모아내 출범한 것이 한국주류안전협회라고 문 회장은 말했다. 그래서 협회의 등록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했다고 한다. 

오는 8월이면 출범 1주년이 되는 한국주류안전협회는 서초구에 소재하고 있다. 사진은 협회의 현판.
오는 8월이면 출범 1주년이 되는 한국주류안전협회는 서초구에 소재하고 있다. 사진은 협회의 현판.

“최근에는 가처분소득의 증가와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는 신상품이 시장을 채우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품질관리가 핵심 이슈가 되었다”는 문 회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좋은 품질의 술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주류안전을 담당하는 협회가 절실히 요구되었다고 말한다. 이유는 출시되는 모든 술의 품질을 국가가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주류 시장의 규모는 10조에 달하지만,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용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R&D도 품질관리실험실에 지나지 않고 대학과 국책연구소의 연구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 주류업계의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민간이 주도하는 협회에서 이를 조금이라도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문 회장은 설명했다. 더욱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술보다 수입 주류의 성장률이 가파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연구개발과 품질관리가 시급한 현안이라는 것이다. 

“시장은 냉정한 곳이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밀리면 우리 술은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무형문화재’ 또는 ‘전통주’라는 타이틀로 부족한 경쟁력을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밝힌 문 회장은 애국심에 기대어 시장을 유지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난 만큼 전문성을 갖춘 협회가 이를 보완하며 술 시장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류의 품질관리는 원료 수급에서부터 제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해요소를 관리하고 교육하는 것을 현재의 행정력으로 커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주질 관리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주류 면허를 관리하고 양조시설의 위생 상태를 검증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주류위생의 안전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다. 주류를 포함한 모든 식품 업소들이 연 1회의 위생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주류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범용적인 협회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단순한 교육에서부터 주류 중심으로 업무를 챙겨나갈 예정이다. 또한 품질관리의 핵심인 주질을 전문성을 갖추고 평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류 품질경연대회도 만들 계획이다.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에 달하면 그에 걸맞은 주류 시장에 대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더 좋은 술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주류회사들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와인과 위스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속도는 우리에게 많은 함의를 던져줍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응해야 우리 술의 경쟁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던진 문세희 회장의 말이다. 더는 뒤처지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리고 민간에서도 그만큼 노력해야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주류안전협회의 회원사는 190개 정도에 이른다. 만든 지 1년이 안 된 기간 동안 빠르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협회의 설립목표를 생각한다면 더 많은 회원사가 모여야 한다. 그래서 주류 대기업 등 1300여 주류회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돼 있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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