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서 흰색, 그리고 분홍과 보라색으로 무한변신
토양 성분 따라 꽃색 바뀌고, 원예 하면서 무성화돼

수국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녹색으로 펴서 흰색이 된다. 그리고 토양에 따라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바뀌어 간다. 사진은 처음 펴서 녹색 상태의 수국꽃이다.
수국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녹색으로 펴서 흰색이 된다. 그리고 토양에 따라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바뀌어 간다. 사진은 처음 펴서 녹색 상태의 수국꽃이다.

녹색으로 피어나 흰색이 되고 분홍색이나 보라색으로 무한 변신하는 꽃이 있다. 장마를 맞는 이 계절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꽃의 이름은 수국(水菊)이다. 

이름을 풀면 물가에 피는 국화가 된다. 초록의 잎이 무성해 언뜻 보면 초본과의 식물로 보이지만, 엄연히 수국은 나무다. 낙엽활엽수로서 키 작은 관목이다. 

이름의 기원은 두 가지 설이 있다. 중국에서 불리는 이름 중 하나가 수구화(繡毬花)이다. 비단으로 수 놓은 둥근 꽃이라는 뜻이다.

그 수구화가 수국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말 그대로 물가에서 잘 자라고, 국화를 닮아서 수국이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이 꽃을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수구화 외에도 분단화, 자양화, 팔선화 등의 이름을 갖는다. 

그중 자양화(紫陽花)는 처음에는 연한 자주색이었다가 담홍색으로 바뀌는 수국의 꽃 색깔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 이름은 중국의 시인인 백낙천(백거이)에서 비롯됐다. 

백거이가 어느 날 초현사라는 절에 갔는데, 그 절의 스님이 이상한 꽃이 피었다며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따라가 보니 처음 보는 꽃인데 보랏빛 작은 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시를 하나 지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해였을까?/선단상(仙壇上)에 심어졌던/이 꽃이 이 절로 옮겨 온 것은/비록 이 세상에 있다 하나/사람들이 몰라보니,/그대와 함께 자양화라 이름짓네”

이 시의 주에 백거이는 “초현사에 산꽃 한 그루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름을 몰랐다. 그러나 꽃 색은 붉고 향기가 났다. 꽃향기는 사랑할 만해서 자못 신선과 같았다. 그래서 자양화라 이름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선에 비유한다는 찬사는 도교적 세계관에선 최고의 표현이다. 이 신선에 대한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팔선화가 그것이다. 중국에서는 곤륜산에 팔선(八仙)이 산다고 믿었는데 이 수국이 그 신선들처럼 보였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름들은 모두 꽃이 지닌 특성에 따른 것이다. 1955년 《경향신문》에 실린 시인 조동화의 ‘수국’ 관련 글에는 다음의 내용이 있다. 

“수국의 처음 꽃 폈을 때는 엷은 연둣빛이지만 점점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변해져 희어지고 다시 엷은 분홍으로 변하고 다음은 물빛 그다음에는 좀 짙은 하늘빛 그리고 보랏빛으로 변해갑니다. 그런데 왜 한 개의 꽃이 이처럼 여러 빛깔로 변하는 것입니까?/이것은 꽃잎 속에 들어 있는 화청소의 성질이 산성일 때는 붉게 되고 알카리성일 때 푸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원예종으로 육성하면서 무성화가 된 수국은 꺾꽂이로 번식을 한다. 또한 꽃 색깔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토양을 산성과 알카리성으로 변화시켜 사진처럼 분홍색과 보라색이 같이 펴도록 육종한다.
원예종으로 육성하면서 무성화가 된 수국은 꺾꽂이로 번식을 한다. 또한 꽃 색깔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토양을 산성과 알카리성으로 변화시켜 사진처럼 분홍색과 보라색이 같이 펴도록 육종한다.

흙의 토양에 따라 색이 변하는 모습에서 다양한 이름이 만들어졌고 그 아름다움이 신선에까지 비유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꽃말에도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꽃말이 ‘변심과 고독’이다. 변화하는 꽃이 ‘변하기 쉬운 마음’으로 감정이입된 듯하다. 그리고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육성하면서 더 다양한 색을 갖게 됐다.

수국은 추위에 약하다. 그래서 따뜻한 남쪽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서울 등의 중부 지방에선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보살펴줘야 한다. 

가지나 줄기의 끝이 얼기 때문이다. 따뜻한 남쪽에선 정원수로 만날 수 있지만 중부지역에선 화분에 심어진 수국을 자주 보게 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꽃의 색깔이 처음에는 초록색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꽃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녹색이다. 

그리고 원예품종으로 다양한 꽃이 만들어지면서 암술과 수술 모두 퇴화되어 무성화가 됐다. 그런 까닭에 씨앗으로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꺾꽂이(삽목)를 해야 한다. 

물론 백당나무꽃을 닮은 산수국은 씨앗을 맺는다. 깨알 같은 작은 꽃들이 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행에서 만나는 산수국이나 울릉도의 등수국, 제주도의 탐라수국 등은 모두 유성화다. 

한편 수국은 차로도 마신다. 잎에 단맛이 있어 차로서의 기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차로 내려 석가탄신일에 공양하는 풍속이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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