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자주 변해 학명에 ‘변하기 쉬운’ 뜻 담겨 있어
8~9월에 꽃 피는 中 원산 나무, 17세기 들어온 듯

부용은 연꽃을 닮아서 부쳐진 이름이지만, 외려 무궁화를 더 닮았다. 같이 아욱과에 속하는 부용은 지금부터 한여름까지가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과천 서울랜드의 호수변을 따라 부용 군락지가 잘 조성돼 있다.
부용은 연꽃을 닮아서 부쳐진 이름이지만, 외려 무궁화를 더 닮았다. 같이 아욱과에 속하는 부용은 지금부터 한여름까지가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과천 서울랜드의 호수변을 따라 부용 군락지가 잘 조성돼 있다.

무궁화를 똑 닮았다. 그런데 꽃의 크기가 무궁화의 두 배쯤 되는 듯하다. 꽃의 이름은 부용(芙蓉). 한자를 풀이하면 연꽃 부(芙)자와 연꽃 용(蓉)자이다. 모두 연꽃을 의미하는 한자들이다.

그러나 물에서 피는 그 연꽃은 아니다. 꽃의 생김새가 연꽃을 닮아 이름만 그리 부친 것이다. 연꽃도 부용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둘을 구분하기 위해 연꽃은 수부용, 부용은 목부용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연꽃보다는 무궁화에 더 가깝다. 부용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무타빌리스다. 라틴어로 무타빌리스는 ‘변화하기 쉬운’이라는 뜻이다. 흰색이나 분홍색의 꽃 색깔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진해지는 특징을 잡아서 학명에 붙인 것이다.

속명인 히비스커스는 이집트의 아름다운 여인 하비스를 닮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무궁화의 학명,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는 18세기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직접 붙였다고 한다.

당시 린네가 무궁화를 발견한 곳이 시리아여서 종소명을 시리아쿠스라고 등재한 것이다. 그래서 시리아 원산이 아니냐는 오해도 불러 일으키지만 무궁화의 원산은 동아시아와 인도, 그리고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부용과 무궁화는 모두 히비스커스(무궁화)속이다. 그러니 둘을 사촌 간이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부용은 중국과 대만이 원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산림경제》에 부용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대략 17세기경에 들어와 귀화식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홍만선은 “어떤 이는 목련이라 부르기도 한다. 8월에 꽃이 피는데, 일명 거상화라고도 한다. 4월 이슬비가 내릴 때 손가락 정도의 굵은 가지를 골라서 비옥한 땅에다 꽂아 두면, 가장 쉽게 살아난다”고 적었다.

홍만선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든 부용은 목련과 거상화 등의 별칭이 있다. 약초학을 다룬 중국의 《본초강목》에도 같은 내용의 이름과 화목, 지부용 등도 추가로 기록돼 있다.

목련은 나무에서 피는 연꽃 같아서이고, 거상은 꽃이 피는 시기가 8~9월이기 때문이다. 화목은 꽃이 화려해서 부쳐졌고, 지부용은 연꽃을 뜻하는 부용과 차별화를 위해 부른 이름이다.

붉은색 부용 꽃이 제대로 만개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부용은 목본류이나 서울랜드에 식재되어 있는 부용은 초본류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부용은 종류마저도 다양하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부용은 중부지역에서 자라는 초본류의 식물이 아니라 중간 키의 떨기나무다.

즉 중부지역에서 자라는 초본류의 부용은 겨울이 되면 줄기가 시들어 사라지고 뿌리로 살아가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제주도에서 자라는 부용은 목본류의 잎이 지는 나무다. 엄격히 말하면 목부용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부용을 의미하며, 중부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용은 미국부용이라고도 부른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자라는 부용은 키가 3m까지 자란다고 한다. 게다가 꽃이 온통 나무를 덮는다고 한다. 꽃의 지름은 10~13cm 정도. 가지는 초본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꽃에는 해열과 냉혈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원산이 중국이다 보니 부용은 중국에서의 이야기가 많다. 사천성의 성도는 부용으로 유명해서 ‘용성(蓉城)’으로 불렸다고 한다.

당나라 말기의 시인 당용지는 ‘추숙상강우우(秋宿湘江遇雨)’라는 시에서 “가을바람 만 리에 부용꽃이 핀 곳이네”라고 읊었다. 그 덕분에 중국의 호남성은 ‘부용국’이라는 이름도 갖게 됐다.

과천 서울랜드의 호숫가 둘레길에도 부용이 한창이다. 처음 봤을 때 무궁화가 아닌가 싶어 살펴보게 되는데, 우선 초본류라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목부용이 아니라 미국부용인 것이다.

부용과 무궁화의 차이는 부용 군락지 옆에 무궁화가 식재돼 있어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도 있다. 색은 흰색부터 진홍색, 분홍색, 그리고 연한 보라색 등 다양하다. 커다란 무궁화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재미가 남다른 꽃이다. 여름꽃의 새로운 볼거리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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